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세리가 세리키즈에게…“자신을 더 아껴!”

골프여제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박세리가 후배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즐기는 마음으로”

웃으면서 말 걸어주시는 팬들 감사해





‘개척자’, ‘레전드’, ‘맨발투혼’

골프여제 박세리에 따라 붙는 레떼르들이다. 요사이는 달라졌다.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박세리를 치면 ‘닭꼬치’, ‘전기그릴’이 먼저 나온다.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한 일상 중 집안에서 혼자 미니 전기그릴에 닭꼬치를 구워먹는 모습이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성공한 스포츠 스타이자 냉정한 승부사로만 각인돼 있던 박세리는 그저 먹을 것을 좋아하고, 엉뚱하게 손이 크고, 또 집 정리에 서툰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면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리치(rich) 언니’라는 캐릭터로 인기를 얻은 덕에 각종 프로그램의 출연 요청이 줄을 잇고, 건강기능식품 등 몇몇 브랜드의 광고모델로 발탁되기도 했다. 콘텐츠 전문업체와 손잡고 유튜버로서의 첫발도 내디뎠다. ‘방송계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박세리를 라이프점프가 그의 서울 용산 집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반갑다. 인터뷰 전에 조사를 해보니깐 방송 전과 비교해 인스타그램의 ‘좋아요’ 수가 4~5배나 늘었던데.

“(손사래 치며) 하하, 나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의 연령대가 완전히 달라진 것 같기는 하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같이 어린 친구들도 알아봐 주니 신기할 따름이다. 한번은 길에서 나를 본 한 어린이가 엄마에게 ‘박세리가 여기 있다’고 전화를 하는 바람에 동네 사람들이 몰려온 적도 있다.”

-박세리를 대하는 관중(?)들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건데 이유가 무엇일까.

“뭔가 다른 패턴으로 살 거라고 생각했다가 별반 다르지 않게 사는 모습을 보니깐 공감대가 생긴 것이 아닐까. 감사하게도 많이들 좋아해 주신다. 예전에는 나를 알아봐도 ‘어?’하고 그냥 지나가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지. 지금은 웃으면서 말도 걸어주신다.”

-하긴 박세리라는 사람이 워낙 유명한데다 운동선수다 보니깐 일반인들에겐 뭔가 정형적인 이미지가 각인돼 있지 않을까 싶다.

“방송 이후에 ‘박세리가 저런 사람인 줄 몰랐다’는 얘기가 많더라. 그런 반응을 대하면 이런 생각이 든다. ‘어, 내 원래 성격이 저런데 왜들 놀라시지?’라고. 그런데 이해는 간다. 운동선수 때는 경기에만 집중하다 보니 무표정할 수밖에 없었고 TV중계 같은 데에 웃는 모습도 좀처럼 나오지 않았을 테니까. 그때 모습이 각인돼 있으니 ‘은퇴하고 나서 박세리가 유해졌다’고 많이들 생각하시는 것 같다. (하하)”

-지인들 반응은 어떤가.

“저 언니가 싫어하고 못 참는 포인트가 있는데 그때 혹시나 욱하지나 않을지, 맛없는 음식을 맛있다고 못 하는 스타일인데 너무 솔직해서 문제가 되지나 않을지 걱정하지. 내가 먹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 특히 맛 표현에 솔직한 편이다.”

-최근 서울에 집을 얻었다. 도시 생활은 어떤가.

“새집에 들어온 지 꽤 됐는데 혼자 하려니 아직도 정리가 안됐다. 집에 들어가면 밤 10시, 11시여서 정리할 시간이 없다. 필요한 것은 다 산 것 같은데 둘러보면 또 부족한 게 많다. 그래도 냉장고는 제일 큰 것으로 일찌감치 들여놓았다. (하하) 그런데 교통체증 이런 것 겪어보니깐 나와는 안 맞는 것 같다. ‘도시녀’가 돼보려 했는데 어려울 것 같다. (하하)”

-팬트리(식품창고)에 잔뜩 쟁여놓은 각종 식량으로 화제가 됐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선수생활 할 때부터 생긴 습관이다. 군것질을 아주 즐기는 편은 아닌데 떨어지기 전에 ‘무한리필’처럼 항상 채워놓아야 마음이 편하더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도 감독으로서 가장 신경 쓴 것은 선수들 식사였다. 부대찌개, 된장찌개, 제육볶음 등을 직접 요리하거나 급할 때는 토스트를 뚝딱 만들어 아보카도와 함께 선수들에게 들려 보냈지.”



-당시를 살던 국민들이라면 모르는 분들이 없을 것 같은데. 1998년 US여자오픈 때 맨발 샷, 그때 새하얀 발은 그대로인가.

“은퇴 3년 전부터 태닝을 꾸준히 하고 있다. 발도 태닝을 한다.(하하)”

-운동선수 박세리하면 강인함이 떠오르는데, 천하의 박세리도 슬럼프란 게 있었나.

“2004년인가 손가락 부상을 당하면서 슬럼프가 찾아왔다. 감정까지 방전돼 눈물조차 나지 않을 정도였지.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싶은 위험한 시기였다.”

-그런 시간을 극복하고 2007년에는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그때가 운동선수로서 인생 최고의 순간이다. 은퇴한 이후에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내가 꿈을 이룬 것을 보면서 자란 후배들이 각자의 꿈을 이뤘듯 다음 세대와 그 다음 세대까지도 끊임없이 꿈꾸게 하는 데 보탬을 주는 과정 자체가 최고의 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운동선수로서 아쉬운 점 같은 것도 있나.

“더 많은 기록을 갖지 못한 게 못내 아쉽긴 하지. 그런데 그것보다 더 아쉬운 게 있다. 내가 스스로에 인색한 사람이다. 그래서 인간 박세리와 운동선수 박세리의 삶 사이에서 밸런스를 찾지 못했던 것 같다. 은퇴하고 보니 아니카 소렌스탐, 카리 웹 등 경쟁자들과 그 시절 밥 한 끼도 같이 못한 게 새삼 안타깝더라.

트로피라는 하나의 목표를 보고 달렸던 것이지 우리끼리 싸운 것도 아닌데 뭐가 어려워서 다정하게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 한번 하지 않고 살았나 후회가 되더라.“

-지난해 바즈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공동 최고경영자(CEO)로 일하고 있는데 자세히 소개해달라.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중심으로 골프 유망주를 발굴하고 후원하는 일이 주요 사업이다. 다양한 분야의 여러 사람들을 만나야 해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선수 때는 거의 신을 일이 없던 하이힐도 자주 신는다. 이거 신다 보니깐 우리나라 여성분들 대단하다는 생각 들더라. 인정해줘야 한다. (하하)“

-원래부터 사업을 하려고 했던 건가.

“미국에서 프로생활을 오래 했다.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거처를 마련했는데 그 지역에 IMG아카데미가 있었다.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IMG가 만든 스포츠 기숙학교인데 골프, 테니스, 야구, 축구, 농구, 미식축구 등의 종목이 운영된다. 학생들은 한 종목을 선택해 학업과 병행할 수 있다.

바즈인터내셔널은 IMG아카데디의 사업모델에서 힌트를 얻었다. 현재는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준비하고 있는데 오프라인 교육으로 영역을 넓히고 궁극적으로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접할 수 있는 아카데미를 만들고 싶다.“

-경기인 출신으로서 왠지 사명감 같은 게 바탕이 된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는 교육을 받으면서 운동을 전문적으로 병행할 수 있도록 다져진 곳이 없다. 실력은 있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도 있고 운동만 하다가 달리 진로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스포츠 꿈나무들이 다방면으로 성장할 수 없는 열악한 현실이 안타까웠다.

교육사업의 가장 큰 목적은 유망주들을 발굴해 키워주고 후원해주는 것이다. 말하자면 원석을 찾아 보석으로 만들어주는 거지.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



-최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유망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조성한 ‘스마트대한민국펀드’에 출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것도 교육사업의 일환인건가.

“골프를 시작하면서 나의 꿈이 나만의 개인적인 꿈일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세리 키즈’ 세대가 나온 것처럼 그게 다른 누군가의 꿈이 됐다. 창업 분야에서도 누군가의 꿈을 도와준다는, 그런 이미지가 와 닿았다.

나는 어려서부터 운동만 했다. 운동에 시간을 할애하느라 학업과는 거리가 있었지. 훗날 사회생활을 할 수도 있고 이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후배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배우면 좋겠다. 나도 사회초년생이라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도움을 받아야 할 부분도 많다. 사실 요즘 하는 방송일도 골프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깨고 스포츠와 관련된 일을 해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사업이란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인데. 자신 있나.

“10년, 20년이 걸리더라도 활성화할 때까지 하나하나씩 진행할 것이다. 박세리표 스포츠 아카데미에서는 운동선수의 꿈을 키우고 은퇴한 뒤에는 돌아와서 교육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서 선배와 후배 모두가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게 하고 싶다.”

-국내 골프선수 중에는 여전히 ‘세리키즈’를 자처하는 선수들이 많다. 그들에게 한 마디 해준다면.

“지금 후배들에게는 ‘더 열심히 하라’는 말은 사실 필요 없다. 그 이상을 이미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를 더 아껴서 즐거움이라는 가치를 잃지 않고 운동하기를 바랄 뿐이다.“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