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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쇼터] 짧고 굵게 일하는 기업이 성공한다

■알렉스 수정 김 방 지음, 더쿼스트 펴냄

오래 일한다고 성공하던 시대 지나

주 4일 근무나 1일 6시간 미만 근무

비용은 줄이면서 수익은 더욱 높아

일하는 장소·시간 아닌 결과물 관리

코로나 시대 근무일 제약 줄일 적기





마이크로소프트(MS) 일본지사는 2019년 여름 한 달 동안 주 4일 근무제를 시도했다. 이 기간 직원들의 1인당 매출 기준으로 생산성은 전년 대비 39.9% 증가했다. 전기 사용량이 23.1%, 종이 인쇄는 58.7% 각각 줄어들어 비용절감 효과도 톡톡히 봤다. 주 4일 근무제에 대한 회사 설문에서 직원 2,280명 중 92.1%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일에 변화와 영향이 있었다는 응답은 96.5%, 삶에 변화와 영향이 있었다는 응답은 97.1%에 달했다. 당연히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변화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재택근무나 유연근무를 경험한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기업 운영방식은 근본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해외를 중심으로 일부 기업에서는 주 4일제 근무제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개념이 확산하고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더는 근무시간 단축이 기업 수익과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오히려 일부 기업들은 근무시간 단축이 오히려 성과 향상으로 이어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

신간 ‘쇼터’는 생산성이나 수익을 희생하지 않고도 근무시간 단축에 성공한 전 세계 기업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미국 미래학자이자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저자 알렉스 수정 김방은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을 비롯한 세계 100개 이상의 기업을 직접 방문해 최고경영자(CEO)와 직원들을 인터뷰했다. 책이 내린 결론은 근무시간 단축이 기업 입장에서 비용은 줄이면서 수익은 더욱 높여 준다는 것이다. 책은 이들 기업이 근무시간을 어떻게 줄였고, 그에 따른 대가와 혜택은 무엇이었는지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기록했다.

근무시간 단축으로 기업 성장과 직원의 워라밸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은 대표적인 기업은 미국 서핑장비 제작·판매업체인 타워패들보드다. 2010년 설립된 타워패들보드는 2015년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1시에 퇴근하는 1일 5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대표인 슈테판 아르스톨은 오후 1시에 퇴근하더라도 자신의 업무를 다 끝낼 수 있다면 급여를 이전과 동일하게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이 업체는 5시간 근무제 시행 첫날에 창업 이래 처음으로 하루 매출 5만 달러를 달성했고, 2주 후에는 매출을 다시 3배로 불렸다.





이러한 성공 사례가 특정 분야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미국 첨단기술 투자유치기업 블루스트리트캐피털은 타워패들보드의 사례를 접한 뒤 하루 5시간 근무제를 90일간 실험적으로 실행하고 결과에 따라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주당 근무시간을 8분의 3이나 줄였지만, 영업사원 1명당 전화 통화 수는 오히려 2배로 늘어났다. 단축근무제 시행 첫해에 회사는 30% 성장률을 기록했고, 이후에도 매년 30%씩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근무시간 단축에 성공한 기업가들의 특징은 일하는 장소나 시간이 아닌 ‘아웃풋(결과물)’을 관리하는 문화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직원들의 집중을 방해하는 요인과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효과적인 협업을 이끄는 제도를 만들며, 기술을 지원했다. 이를 통해 짧은 근무시간으로 인재의 채용을 늘리면서 비용은 줄이고 수익을 더욱 높이는 결과를 끌어냈다. 기업과 개인의 커리어는 한층 더 지속 가능해졌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는 엄청난 생산성 향상과 경제 성장에도 노동시간을 줄이는 데 소극적이었다. 1970년대 이후 대부분의 노동자에게는 노동시간 단축보다 꾸준히 늘어나는 임금과 노동시간이 더욱 바람직한 조건으로 굳어졌다. 특히 미국에서는 1990년대 실리콘밸리 부상으로 장시간 노동을 미화하는 새로운 노동·성공 모델이 등장했고, 워커홀릭이 영웅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과도한 노동은 기업의 생산성에 역효과를 가져온다. 극도의 피로에 시달리는 직원은 제대로 휴식을 취한 직원보다 업무 집중도가 낮고, 직장을 그만둘 가능성도 더 커진다. 제프리 페퍼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잘못 설계된 업무 방식 탓에 치러야 하는 건강상 대가는 흡연만큼이나 심각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모든 회사가 주 4일 근무제나 하루 6시간 미만의 단축근로제를 시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업종과 규모,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단축 근무제를 적용할 수 있다. 핵심은 근무시간을 줄이면서도 생산성과 직원의 창의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업무 시스템을 최적화하고, 더 효율적인 협업을 지원할 기술을 정착시키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멕시코 다음으로 가장 오랜 시간 일하는 나라, 거의 유일하게 ‘과로사’라는 단어를 쓰는 나라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지금처럼 경제가 위기에 빠진 상황은 기업이 주 4일 근무제로 전환하기에 좋지 않은 조건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모든 기업이 유연성을 증진하고, 민첩성을 더욱 단련하며, 근무일로 제약받는 경우를 줄여야 할 때”라고 전했다.
1만8,000원./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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