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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가이텐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2년 일본은 미드웨이 해전에서 연합군에 패배하면서 막판으로 몰렸다. 일본이 전세를 뒤집을 결정적 한 방으로 생각해낸 것은 자살 특공대였다. 폭탄이 실린 비행기를 몰고 자살 공격을 하는 가미카제 특공대가 하늘을 누빈 것처럼 바다 밑에서는 폭탄을 싣고 연합군의 전함을 공격한 자살 특공대가 있었다. 그래서 나온 비밀병기가 바로 ‘가이텐(回天)’이다.

가이텐은 2차 대전 때 일본 해군이 만든 일종의 유인유도 어뢰다. 잠수함에서 적의 전함을 발견하면 사람이 조종하는 어뢰를 발사해 격침하는 일종의 자폭 병기다. 당시 일본의 ‘학생과학’이라는 잡지에 사람 한 명이 조종하는 1인 잠수정 밑에 어뢰 1기를 매달고 가 적을 공격하는 어뢰 잠수정 아이디어가 실렸다. 잡지를 본 일본 해군 장교는 이 아이디어를 더 가다듬어 아예 인간이 어뢰를 조종하는 인간 어뢰를 개발하기로 했고 1944년 생산을 시작했다. 그해 11월8일 가이텐을 장착한 채 일본 야마구치현 오즈시마섬을 출발한 잠수함은 남태평양 캐롤라인제도에서 미군 급유함을 처음으로 격침했다. 가이텐은 이후 전쟁이 끝날 때까지 2척의 전함을 추가로 격침한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많은 돈을 들여 개발하고 훈련과 실전 과정에서 100명이 넘는 가이텐 조종수를 희생시킨 것치고는 초라한 전과였다. 일본 해군은 당시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군인들을 오즈시마섬에 데려와 자살 훈련을 시키며 애국을 강요했다. 지금도 오즈시마섬에 있는 기념관에 가면 군국주의에 대한 반성 대신 향수를 자극하는 전시물과 글귀만 즐비하다.



일본 산케이신문이 가이텐 특공대원의 유서로 알려진 글은 사실 다른 사람의 창작물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유서를 작성했다는 사람이 정작 가이텐 탑승자 명단에는 없다는 것이다. “어머니, 저는 3시간 후 조국을 위해 산화합니다”라는 글로 시작하는 이 유서는 비장미를 물씬 풍긴다. 유서를 실제 가이텐 조종수가 썼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수많은 청춘을 사지로 몰고 간 제국주의의 세뇌작업에 소름이 돋을 뿐이다.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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