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발 집단감염이 광복절 광화문 집회를 거치며 전국 15개 시도, 150개 시설로 전파되면서 확진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일주일 동안 매일 세 자릿수 확진자가 나오면서 7일 만에 1,576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여기에 광화문 집회 참석자 등 진단검사 대상자 파악이 속도를 내지 못해 무증상 감염자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는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구 신천지교회발 대유행 등을 진정시키며 노하우를 쌓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국내 방역 시스템이 속수무책으로 뚫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 70대 확진자가 병원 이송 전에 사망하면서 병상 등 의료 시스템 역시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0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정오 기준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53명이 추가돼 누적 676명으로 늘었다. 확진자는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에 걸쳐 확인되고 있다. 676명 중 39명은 비수도권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으며 충남 12명, 강원 7명, 전북 5명, 경북 5명, 대구 4명, 부산 3명, 대전 2명 등 순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시행된 서울·경기·인천 외 지역에서도 상황이 점차 악화되는 모습이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n’차 감염 사례도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무려 67명이 n차 감염됐고 13개 장소에 걸쳐 추가 감염이 일어났다. 더군다나 아직 연락이 되지 않거나 검사를 받지 않는 교인이 700여명에 달해 언제, 어디서 또 전파가 일어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방역당국은 정확한 명단을 확보하고자 이날 사랑제일교회를 직접 방문해 조사에 나섰지만 교회 변호사들이 이를 거부하면서 3시간가량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사랑제일교회와 관련성 여부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인근인 성북구 체대 입시학원에서는 19명의 학생이 집단감염돼 방역당국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들 학생은 인근 11개 학교에 재학 중이어서 교육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사랑제일교회에 이어 슈퍼 전파지의 가능성이 높은 광화문 집회 관련 확진자도 잇따르고 있다. 이날 경찰에 따르면 광복절 집회에 투입됐던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대 소속 경찰관 4명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또 이날 광화문 집회에서 붙잡힌 뒤 서울 동작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사람이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집회 확진자는 60명으로 이 중 42명은 사랑제일교회와 관련돼 있지만 18명은 집회 현장에서 감염됐다.
정부는 집회 참가자들을 다 파악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사랑제일교회와 마찬가지로 일부는 신분을 노출하는 것을 꺼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광화문 인근 기지국 정보를 활용하는 한편 집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사용했던 전세버스 탑승 명단 등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날 오전 기준 약 8,500명의 집회 참석자들이 선별진료소 등을 통해 검사에 응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아직 몇 명이 더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도 추산이 어려운 상황이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방역당국으로서는 사랑제일교회에 이어 광화문 대규모 집회가 전국 확산에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집회일로부터 빠르면 이틀 만에, 가장 빈도가 높게는 6~7일 정도 만에 잠복기가 지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기 때문에 내일(21일)까지는 확진자 또는 증상발현자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기도 70대 확진자가 병원 이송 전에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병상 부족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됐다고 지적했지만 방역당국은 이번 사망이 병상 배치와는 관련 없는 문제라고 해명했다. 서울과 경기도 지역 중증환자 치료 병상을 보면 339개 중 76개가 사용 가능해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
그러나 대한중환자의학회가 직접 조사한 결과를 보면 339개에 달한다던 중증환자 치료 병상은 실제로는 70개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중 사용 가능한 병상은 20개 미만이었다.
각 지자체가 발표한 통계를 봐도 정부 진단과 달리 상황은 좀 더 심각하다. 이날 경기도가 발표한 감염병 전담 병상 가동률은 보름 전 29%에서 85.6%로 치솟았다. 서울시는 태릉선수촌 생활치료센터를 새로 가동하면서 치료용 병상(감염병 전담병상·중증환자 치료병상·생활치료센터) 가동률이 전날 80.8%에서 이날 65.8%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안심하기는 어렵다.
이런 가운데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해 21일부터 연차별로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다. 이에 따라 서울아산병원 등 일부 대학병원은 외래진료와 입원 예약을 소폭 줄이면서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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