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연관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7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전광훈 목사와 보수 유튜버들의 발언이 일부 시민들의 ‘방역 불복’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들의 발언 요지는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일부 교회와 인사들을 탄압한다’는 것이다. 반면 감염 전문가들은 사랑제일교회에 대한 전수검사는 방역상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입을 모았다.
21일 사랑제일교회의 담임목사인 전 목사는 입장문에서 “현 정부는 코로나19 검사를 핑계로 대대적으로 국민을 체포하고 정권에 저항하는 국민들은 병원에 수용하고 있다”며 “코로나19를 앞세워 기어코 북한식 강제수용소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목사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서울의료원에서 치료 중이다. 입장문은 교회 법률대리인인 강연재 변호사가 대독했다.
전 목사의 발언은 보수 유튜버들의 주장과도 사실상 같다. 129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신의 한 수’ 신혜식 대표는 지난 18일 방송에서 “사람을 탄압하는 도구로 이 정권이 우한 폐렴을 이용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역시 지난 19일 “(언론과 정부가) 전광훈 목사님을 죽이려고, 사랑제일교회를 죽이려고 (한다)”라며 “보건소에 가면 무조건 (코로나19) 양성을 때린다”고 발언했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 같은 발언들이 일부 시민들의 ‘방역지침 불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일 경기 포천시에서는 사랑제일교회 교인 부부가 검체 채취 요구에 반발해 보건소 직원을 껴안고 “검사를 못 믿겠다”며 실랑이를 벌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15일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던 경기 성남시의 한 70대 여성 역시 20일 “보건소 검사를 못 믿겠다”며 자택을 이탈했다. 이들은 모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에 대한 전수검사는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방역상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랑제일교회뿐만 아니라 신천지, 구로 콜센터 등에서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대규모 검사를 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며 “한 집단 내에서 이 정도로 확진자가 많으면 이미 몇 차례의 전파가 이뤄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사랑제일교회는 밀폐·밀접·밀착 등 감염되기 쉬운 조건을 다 갖춘 곳이라 불특정다수가 잠시 스치는 휴가지와는 다르다”며 “일종의 코로나19 배양접시가 된 셈이라 반드시 전수검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사랑제일교회에서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3일에 걸쳐 열린 ‘성령 대폭발 컨퍼런스’ 자료 영상을 보면 어림잡아도 수백명의 교인들이 밀집된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있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20일 오후6시 기준 사랑제일교회 관련 누적 확진자는 739명으로 늘었다. 총 3,415명을 검사한 결과로 양성률은 21.6%에 달한다. 한편 정부는 코로나19와 관련한 허위정보 유포에 대해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을 뿐 아니라 방역활동 저해 행위에는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태영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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