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혀온 러시아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기내에서 갑작스럽게 쓰려져 혼수상태에 빠지면서 ‘독살시도 의혹’이 증폭하는 가운데 나발리의 ‘독일 이송’을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병원 측에서 환자의 상태가 불안해 이송 불가를 내세워 거부하는 탓에 독일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21일(현지시간) 서방진영은 더 나은 치료를 위해 나발리를 독일 등으로 이송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나발니가 입원한 러시아 병원 측은 이송을 거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발니의 대변인인 키라 야르미슈는 트위터로 “나발니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러시아 병원 의료진이 이송을 불허했다고 밝혔다. 이어 야르미슈는 ”이송을 금지하는 건 나발니를 죽이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나발니가 입원한 병원측 선임의사는 이송을 불허하는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푸틴 정적 나발니, 공항서 차 마신 뒤 의식불명 |
나발니가 공항에서 마신 차(茶)에 독극물이 들어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병원 측은 아직 공식 진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서방진영, 나발니의 지지자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독살 시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나발니는 대권 도전을 운운하고 있는 야권 지도자로,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불린다.
“치료 장비도 없이 옴스크의 병원에 놔두는 것은 치명적” |
이송을 거부하는 러시아 병원에 대해선 ”진단명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나발니를 별도의 치료 장비도 없이 옴스크의 병원에 놔두는 것은 치명적“이라고 비판했다.
옴스크 병원 측은 나발니의 가족과 지지자들이 접근하는 것도 막고 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독일·프랑스, 의료진 및 항공기 적극 지원 밝혀 |
나발니가 독극물 중독 증세로 의식을 잃었다는 보도가 나오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정상회담을 하고 적극적인 지원 입장을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는 나발니와 가족들에게 건강과 망명, 보호조치와 관련해 모든 필요한 도움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고, 메르켈 총리도 ”요청이 있다면 독일 병원 치료를 포함해 의학적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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