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장관이 문재인 대통령과 뉴질랜드 총리 간 정상 통화에서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외교관 성추행 의혹이 거론된 데 대해 문 대통령에게 사과를 했다.
강 장관은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통화 의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뉴질랜드 측은 이 의제를 다룰 거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경위가 어쨌든 대통령이 불편한 위치에 계시게 된 점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해당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서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문제가 외교에 큰 부담이었고 국민에게 심려를 끼쳤다”고 사과했다.
강 장관은 전날 외교부 실국장회의에서도 “2017년 말 주뉴질랜드 대사관에서 발생한 성비위 사건이 지난 7월28일 정상통화 때 제기돼 우리 정부에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청와대로부터 “사건 발생 초기부터 정상 간 통화에 이르기까지 외교부의 대응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이첩받았다는 사실을 이례적으로 밝혔다.
강 장관은 회의에서 “앞으로 성비위 사안에 대해서는 발생시기와 상관없이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것”이라며 관련 조항의 보완, 내부 교육 강화를 지시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이 ‘공정히’ 해결될 수 있도록 뉴질랜드 측과의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며 “다시는 이러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본부 간부들과 공관장들이 더욱더 유의해 행실에 모범을 보이고 직원들을 지도·관리해나가라”고 당부했다. 뉴질랜드 매체 스터프도 이날 국내 언론보도를 인용해 강 장관의 사과 사실을 알렸다.
이 사건은 한국 외교관 A씨간 지난 2017년 뉴질랜드 대사관 근무 당시 남자 직원의 엉덩이를 손으로 만지는 등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해 경찰에 신고된 사건이다. 올 초에는 A씨에 대해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임기를 마치고 지난 2018년 2월 뉴질랜드를 떠난 A씨는 외교부 감사에서 이 문제로 감봉 1개월 징계를 받았으나 그 후 필리핀으로 전보돼 근무했다. 이후 이 사건이 외교 갈등까지 번지자 A씨는 이달 17일 보직 없이 본부 근무 발령을 받고 귀국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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