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5일 당내에서 검토되지 않은 부동산 대책 법들이 쏟아지자 “정책위원회 검토를 받으라”며 의원들의 법안 발의에 제동을 걸었다. 개별 의원들이 발의하는 법안들이 부동산 시장에 주는 혼란을 줄이겠다는 취지에서다. 일부 법안들이 ‘반헌법’ 논란을 빚자 당에 쏟아지는 비판을 줄이기 위한 의도로도 풀이된다.
복수의 민주당 관계에 따르면 김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뒤 “개별 의원들이 발의한 부동산 관련 법들이 당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보도되면서 시장에 혼란을 주는 것 같다”며 “법안을 발의하기 전에 정책위 검토를 받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한 원내대책회의 참가자는 “특히 부동산 법안은 예민하니 국민들이 혼란스러워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지 않겠느냐”는 김 원내대표의 말을 전했다. 당은 소속 의원 전원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낼 계획이다.
이는 당헌상의 ‘사전법률심사제도’를 부활시키는 조치다. 민주당 당헌 102조는 ‘당 소속 국회의원이 당론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법률안을 발의하는 경우에는 법안심사위원회에 해당 법률안을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법안심사위원장(정책위의장)은 당의 강령과 기본 정책에 부합하는지를 심사하고 심사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한다. 이 같은 당헌이 의원들의 자유로운 법안 발의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사실상 사문화됐지만 위급한 부동산 시장의 상황을 고려해 다시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이번 김 원내대표의 지시는 ‘부동산 혼란’을 줄이겠다는 취지이지만 여당에 쏟아지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을 막겠다는 의도에도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가 시작된 후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부동산 법안들은 숱한 ‘반헌법’ 논란을 빚었다. 특히 지난 6월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임대인은 이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내용으로 사실상 ‘무한임대연장법’으로 평가됐다. 176석 여당이 이 같은 법안을 낸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부동산 시장에서는 “전세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전월세 수익률이 떨어지면 임대인이 공급을 포기해 전세 매물이 씨가 마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외에도 다주택 고위공직자의 주택을 백지신탁하거나 매각하도록 하는 고위공직자 백지신탁제(신정훈 의원) 등도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을 불러왔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 개별 의원들의 자유를 통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위 검토’의 자세한 절차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책위가 당의 강령과 기본 정책에 부합하는지 따지기 시작하면 개별 의원은 사전적으로 법안 내용에 대해 검열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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