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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창]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은 시작됐다

지철원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연구위원

지철원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연구위원




주인이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 종 세 명을 불러 자신의 돈을 맡겨 놓았다. 세월이 흘러 돌아온 주인이 어떻게 돈 관리를 했는지 묻는다. 첫번째와 두번째 종은 맡긴 돈을 두 배로 불려 크게 칭찬받았을 뿐만 아니라 주인과 함께 풍요를 누릴 권리를 얻는다. 그러나 세번째 종은 돈을 잃을까 두려워 땅속에 묻어두었다며 겨우 원금만 내놓았다. 주인은 게으른 종이라고 크게 화를 내며 그 돈마저 빼앗아 부지런한 종에게 줘 버리고 춥고 어두운 집 밖으로 내쫓는다. 일하지 않는 돈은 게으른 돈이 된다는 자본의 속성에 관해 간파하고 있는 이야기다.

어릴 적부터 우리는 놀지만 말고 열심히 일하라는 소리를 귀에 굳은살이 박이도록 들어왔다. 하지만 잘못된 투자 교육 때문인지 돈을 놀리는 것에는 별 문제 의식을 갖지 않는다. 심지어 자본이익을 비도덕적인 불로소득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다. 이런 분들을 만날 때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한참을 고민하게 된다. 돈이 일하게 하지 않고는 부자가 되기 어렵다. 긴 기간 동안 원금만 보존한 것은 자랑이 아니라 자본을 값없이 놀린 것이다. 조금 이익을 냈다 하더라도 인플레이션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별반 차이는 없다.

인플레이션을 놓치면 국민연금이 왜 개인연금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먼 훗날 받을 연금 몇 백 만원을 라면 값도 안 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인플레이션이다. 인플레이션만큼 연금을 추가 지급한다는 조건의 가치는 얼마일까. 이것을 계산할 줄 안다면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지 명확해진다. 지금 같은 저금리 시대에 인플레이션을 따라 잡으려면 자본은 쉴 새 없이 달려도 모자랄 판이기 때문이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세계 각국 정부는 적극적인 적자 재정 정책뿐만 아니라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한 이른바 ‘헬리콥터 머니’ 살포까지 공언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풀린 자금이 실물 경제에 활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자산시장으로 유입돼 자산가격을 폭등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주식·부동산 가릴 것 없이 모든 자산시장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이해한다면 이미 폭등한 금값이 왜 더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지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돈의 가치는 상대적이다. 자산가격이 오르는 것인지, 돈 가치가 떨어지는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런 면에서 원금을 지키는 것이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 내 노후는 여행을 떠날 때 종들을 불러 자기 재산을 맡긴 주인과 같다. 이를 다음 문장으로 바꿀 수도 있겠다. 내가 꿈꾸는 노후는 인플레이션과 부단히 싸우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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