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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 수술 최대 절반 뚝...의원급 휴진율은 10.8% 그쳐

[코로나 비상인데 의사 파업]

외래·응급실은 정상 가동했지만

삼성서울병원 수술 34% 미루고

성모병원도 수술방 운영 대폭축소

"코로나로 파업 정당성 약해졌다"

동네의원들은 대부분 정상운영

전국 의사 2차 총파업 첫날인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전공의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는 앞으로 한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이호재기자




전공의와 전임의·개원의까지 일제히 집단휴진을 예고한 26일 대학병원 소속 전공의들이 파업 대오 아래 똘똘 뭉친 대형병원에서는 수술과 진료 일정이 대거 미뤄지며 환자들의 불편이 속출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의 핵심인 동네의원들은 오히려 대부분 정상 진료에 나서며 우려했던 ‘의료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취재진이 26일 찾은 서울 대학로 서울대병원과 강남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등 주요 대형병원은 겉보기에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외래진료나 응급실이 정상 가동 중이었다. 전날 기준 전공의 58.3%가 집단휴진에 참여했지만 실제 진료를 담당하는 전임의는 참여율이 6.1%로 지극히 낮았고, 의사 대부분을 차지하는 교수진이 현업에 투입됐기 때문이다. 다만 보이는 모습만 평온했을 뿐 곳곳에서는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었다. 대형병원의 한 관계자는 “파업이 미리 예고돼 이번주 외래진료나 수술 등 급하지 않은 일정이 조정됐기 때문”이라며 “진료가 미뤄진 환자들은 불안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이날 수술 65건이 사전에 조정됐다. 평소 수술량의 34%를 차지한다. 특히 27일과 28일에는 조정 비율이 50%에 달하거나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 병원 관계자는 “수술 20%만 바뀌어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며 “이런 상황이 오래갈 듯해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이날 수술 건수가 60건으로 평소의 절반에 그쳤다. 서울성모병원 역시 수술방 운영을 대폭 축소했다. 전공의 공백으로 신규 입원환자를 받기가 어려워지면서 수술 자체를 줄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일부 수술을 집도하기도 하는 전임의까지 파업에 가세해 상황은 악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대형병원을 찾은 한 50대 여성 환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난리인데 이런 상황을 굳이 만들어야 하는지 정부와 의료계 모두에 의문”이라고 불평했다.



대형병원이 혼란을 겪고 있는 반면 이날부터 사흘간 집단휴진을 예고한 동네의원은 문 닫은 곳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지극히 평온한 모습이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정오기준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3만2,787곳 중 3,549곳(10.8%)이 휴진했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휴진율이 32.6%에 달했던 만큼 이날 실제 파업에는 더 많은 동네의원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진료에 나선 것이다.

강남구 병·의원 15곳을 직접 찾아가보니 1곳만 오후 진료를 보지 않았을 뿐 나머지는 정상 영업 중이었다. 1차 총파업에 참여했던 한 전문의는 “코로나19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지난번에는 궐기대회 현장도 갔지만 예약한 환자도 있고 언제까지 진료를 미룰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불참 이유를 밝혔다. 오전 진료 후 오후 휴진에 나선 한 의사는 “파업의 동력과 정당성이 조금 약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1차 총파업은 금요일에 시작돼 주말과 임시공휴일로 이어져 여름휴가 기간 겸 동참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럴 구실이 없다”고 덧붙였다. 성북구 성신여대역 인근 17개 병원 역시 하계휴가에 나선 한 곳을 제외한 16곳이 문을 열었고 서울 종로의 의원 밀집 건물 역시 14일과 마찬가지로 모두 환자를 받았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의협 집행부와 실제 의사 간 생각 차이가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라며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점도 함부로 파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유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부산의 경우 동네의원 휴진율이 전날 22.2%에 달해 휴진율 30%가 넘은 서구와 강서구에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되는 등 지역에 따라 파업 참가율이 높은 곳도 있었다.

정부의 강경 대응 입장과 동네의원들의 예상보다 저조한 파업 참가로 일선 의사들 사이에서 적잖은 혼란도 관측된다. 서울 대형병원의 한 전공의는 “선배들 눈치에 어쩔 수 없이 파업에 동참하는 경우도 있다”며 “내부에서는 출구전략을 어떻게 마련할지 고민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임진혁·한민구·심기문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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