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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유족 특별채용' 단협 규정은 합법인가… 오늘 대법 최종판단 나온다

업무상 재해로 숨진 기아차 노조원 유족

단협상 특별채용 규정 근거로 채용 청구

1·2심은 "일자리 대물림 위험 있어" 패소

"채용 대물림" vs. "사회적 약자 배려" 격돌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산재로 숨진 노조 조합원의 유족을 특별 채용할 수 있게 한 노사 단체협약이 현행법에 어긋나지 않는지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27일 나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이모씨의 유족들이 기아차·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 선고를 진행한다. 이씨는 지난 1995년부터 2008년까지 현대차와 기아차에서 일하던 중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걸려 숨졌다. 원인은 근무 중 노출된 화학물질 벤젠이었고 산재에 의한 질병으로 사망한 점이 인정됐다. 이에 이씨의 유족들은 손해배상 소송과 동시에 단협에 따른 특별채용을 진행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기아차 노사가 맺은 단협을 보면 ‘노조원이 업무상 재해로 인해 사망할 경우 직계가족 1인을 특별채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측은 이에 대해 단협 조항이 민법상 선량한 풍속에 어긋나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했다. 민법 103조를 보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언급했다.



사측은 “부모 찬스를 사용해 양질의 일자리를 대물림하는 것”이라며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금전적 형태의 보상이 더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유족 측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공정의 가치를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재 유족의 특별채용 규모가 연평균 2명 미만으로 전체 채용의 0.5%에도 못 미치는 만큼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1심과 2심은 나란히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청년실업이 문제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일자리를 물려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귀족 노동자 계급의 출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사용자 의무 위반으로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생계보상은 금전으로 이뤄지는 것이 원칙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2심 역시 “이 사건 단체협약은 근로자의 능력적 측면에서 어떤 요건도 요구하지 않은 채 곧바로 채용의무를 부과해 과도한 혜택을 부여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번 사건을 두고 지난 6월 공개변론을 열기도 했다. 당시 변론에서 유족 측 참고인으로 나왔던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는 “25년 전 단협을 맺고 2년에 한 번씩 갱신해 왔는데 이제야 기본권 침해를 들어 무효라 주장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모든 계약은 주고 받는 과정의 산물”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사측 참고인인 이달휴 경북대 교수는 “산재유족의 특채 조항은 기업의 재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며 “채용의 자유, 계약 선택의 자유 등 기업에 보장된 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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