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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부동산 톡톡]노무라 부동산은 왜 중소형 오피스 시장에 진출했을까

2008년, 프리미엄 중소형 오피스 'PMO' 선봬

전체 도쿄 오피스 시장의 90% 차지하는 중소형 시장 공략

한국도 최근 중소형 오피스 투자 관심 늘어

이지스운용, 성수동에 첫 투자하고 중소형 자산 투자하는 블라인드펀드 조성

코로나19로 오피스 수요 분산, 중소형 오피스 시장에 긍정적 영향

지금까지 한국 상업용 부동산 투자 시장의 큰손들이 주로 투자했던 오피스는 도심·여의도·강남 등 3대 주요 오피스 권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서울 25개구 중에서도 중구·종로구· 영등포구·강남구·서초구 등 5개구 정도에 큰손들의 투자가 몰려 있습니다. 이들 지역에 기관투자자들이 주로 관심을 갖는 연면적 3만 3,000㎡ 이상의 대형 오피스 빌딩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IMF 이후 상업용 부동산 투자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한 후 국내 기관이나 외국계 투자자들이 사들인 대형 오피스 빌딩의 면면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서울파이낸스센터(SFC), 강남파이낸스센터(GFC),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파크원, 삼성물산 서초사옥, 현대해상 강남사옥, 더케이트윈타워, 센트로폴리스 등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오피스 빌딩들이 모두 3대 오피스 권역 내에 있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큰손들이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우량 임차인을 유치해 오피스 빌딩의 가치를 높이려는 시도가 반복되다 보니 3대 오피스 권역 내에 위치한 대형 오피스들은 시간이 갈수록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대형 오피스 빌딩의 경우 전문적인 PM회사가 건물 관리를 맡다 보니 관리도 비교적 잘 되는 편이죠. 반면 3대 오피스 권역 밖의 중소형 빌딩들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프라임 오피스와 중소형 오피스 간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졌죠. 그런데 프라임 오피스 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올해만 해도 현대해상 강남사옥, 더피나클타워가 잇따라 단위 면적당 최고 거래가를 경신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최근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 치열하고, 자산 가치를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큰 중소형 오피스 시장을 주목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日 중소형 오피스 시장 선도적으로 공략한 노무라부동산의 ‘PMO’
일본도 10여년 전부터 대형 부동산 회사들이 중소형 오피스 빌딩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개별 자산을 매입하는 전략이 아니라 아예 중소형 오피스 시장에 특화된 브랜드를 출시하고 대대적으로 관련 사업을 키우고 있습니다. 노무라 부동산이 대표적입니다. 노무라는 2008년 중소형 오피스 빌딩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PMO(Premium Midsize Office)’라는 브랜드를 선도적으로 선보였습니다. PMO는 대형 오피스 빌딩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형 빌딩을 개선해 선보이는 프리미엄 중소형 오피스 인데요. PMO는 층당 면적이 330~660㎡ 정도입니다. 현재 미쓰이는 도큐 추오구(15개), 치요다구(10개), 미나토구(8개), 시부야구(2개), 신주쿠구(2개) 등에 총 41개의 PMO를 운영하고 있으며, 주변 오피스 빌딩에 비해 10% 정도 높은 임대료를 받고 있지만 절반 이상은 공실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노무라 부동산의 PMO




노무라 부동산의 PMO


또 미쓰비시지쇼도 작년 초 ‘CIRCLES’라는 중소형 오피스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미쓰비시지쇼는 향후 5년 내 수도권을 중심으로 30개의 중소형 오피스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본 부동산 회사들이 중소형 오피스 시장에 진출하는 건 중소형 오피스 빌딩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일본 부동산 회사 자이막스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도쿄 내 연면적 990㎡ 이상의 오피스 빌딩은 9,206개이며, 이중 연면적 1만 6,500㎡ 이하의 중소형 빌딩은 8,459개, 90% 이상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큰 시장입니다. 특히 중소형 빌딩의 90% 정도는 지은 지 20년 이상 된 노후화된 건축물 입니다. 그러다 보니 중소기업이 주로 입주하는 중소형 오피스 빌딩은 시설이 노후화되어 있어 좋은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고 직원들 사기 진작에도 좋지 않습니다. 노무라도 PMO를 통해 바로 이 점을 공략하겠다고 밝혔죠. 중소형 오피스 빌딩이라도 대형 오피스 못지 않은 시설을 제공하면 중소기업의 인재 영입과 직원 로열티 향상, 기업 이미지 제고, 보안 등에 도움을 줄 수 있어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중소형 빌딩 시장 공략 본격화하는 이지스운용
한국에서는 몇 년 전부터 중소형 오피스 빌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 계기는 2015년 말 금융당국의 자산운용사 설립 기준 완화입니다. 당시 금융당국이 자산운용사 설립 자본금을 기존 4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낮추고 최소 인원 기준도 완화하면서 신규 자산운용사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이후 금융당국은 자본금 기준을 10억원으로 한번 더 낮췄습니다. 자산운용사 설립이 쉬워지면서 신생 운용사들이 대거 생겨났고, 오피스 투자 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졌습니다. 국내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자금 유치가 쉽지 않은 신생 운용사 중에서는 규모가 크고 경쟁이 치열한 대형 오피스 시장이 아닌 중소형 오피스 시장을 공략하면서 회사를 키우는 곳도 있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국내 주요 운용사들의 오피스 투자가 서울 25개구 중에서도 5개구 정도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죠. 일본과 마찬가지로 서울 오피스 시장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형 오피스 시장은 조금 과장해서 무주공산과 마찬가지인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케이클라비스와 같은 신생 운용사의 경우 2016년 말 서울 3대 오피스 권역이 아닌 신대방동에 위치한 오피스 빌딩에 첫 투자를 하기도 했습니다.

케이클라비스가 투자한 신대방동 한국컴퓨터빌딩


물론 신생 운용사만 중소형 오피스에 투자를 한 건 아닙니다. 부동산자산운용 규모 1위인 이지스자산운용도 2016년 신도림에 위치한 중소형 오피스에 투자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중소형 자산 투자 사례가 더 자주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 예로 이지스운용은 이번달에 성수동에 첫 투자를 했는데요. 이지스는 성수동 우란문화재단 인근 부지를 매입해 바닥 면적 990㎡, 연면적 약 2만㎡ 규모의 오피스 빌딩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성수동은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지역이지만 지금까지는 기관들의 투자가 활발하지 않았습니다. 큰손들이 선호하는 대형 자산이 많지 않은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중소형 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성수동에 투자하는 큰손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지스운용이 투자한 성수동 부지 바로 옆에는 이든자산운용이 신세계프라퍼티와 손잡고 개발하고 있는 성수동 복합시설 부지가 있습니다. 또 요진건설과 손잡은 MDM투자운용, 디벨로퍼 네오밸류도 성수동에서 오피스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죠.

▶관련 기사 : 낡은 건물들 사이로 힙한 카페...반세기 시공간 뛰어넘은 ‘서울의 브루클린’(https://n.news.naver.com/article/011/0003682363)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소형 자산에 투자하는 블라인드펀드까지 조성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지스운용은 최근 노란우산공제회와 함께 서울 외 지역 중소형 자산에 투자하는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하기도 했습니다. 출자 금액은 1,000억원이며, 대출까지 포함하며 최대 2,500억원 규모로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든자산운용도 행정공제회·경찰공제회 등이 2,000억원 규모로 출자한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중소형 자산에 5,000억원 정도 투자할 계획입니다.

코로나가 중소형 오피스 시장에 미치는 영향


미쓰이 부동산의 공유 오피스 ‘워크 스타일링’. 미쓰이 부동산은 최근 일본 내에서 위성 오피스 도입이 확산되면서 교외 지역 오피스 사업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중소형 오피스 시장과 관련해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흐름은 코로나19가 가져올 오피스 시장의 변화입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위성 오피스(Satellite Office) 도입이 활발해지고 있는데요. 원래 일본 기업들은 내근 시간이 적은 영업직의 도심 오피스 임대의 비효율을 줄이고 장거리 출퇴근이 부담스러운 직원들의 이직이나 퇴직을 막기 위해 위성 오피스를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위성 오피스 수요가 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 예로 일본 후지쯔는 지난달에 오는 2023년 3월말까지 도쿄 본사를 포함해 기존 오피스 공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위성 오피스와 재택근무 도입을 확대한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한국도 비슷한 변화가 예상됩니다. SK텔레콤은 지난 6월 직원들이 집에서 10~20분 거리 근처 사무실로 출근할 수 있도록 ‘거점 오피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도심·여의도·강남에 집중되어 있던 오피스 수요가 거주지와 가까운 부도심이나 기존에 주거지역으로 여겨졌던 지역으로 다변화되면서 중소형 오피스 수요가 늘어나고, 투자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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