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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허브' 추진 시늉만 17년째...'금융=비생산' 인식 바꿔야

■리빌딩 파이낸스 2020-막오른 新금융패권 전쟁

<3>'제2 홍콩' 구호 무색한 금융경쟁력

올 서울 국제금융센터지수 33위

5년새 27계단 급락...부산은 51위

국제화 수준도 中 다음으로 낮아

설상가상 국책銀 지방이전 압박

"홍콩 3~5배 수익 나야 투자유인"

외국금융사 맞춤 혜택 제공해야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 등으로 홍콩의 ‘금융허브’로서의 위상이 흔들리자 세계 각국이 금융사를 유치하기 위해 나섰지만 한국의 노력은 이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한술 더 떠 금융경쟁력 강화에 반대되는 영향을 미치는 국책은행의 지방이전까지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므로 우리의 국제금융경쟁력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31일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세계 각국은 금융사가 홍콩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경제재정 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을 통해 국제금융도시 구상을 발표하고 핵심과제로 ‘감세’를 제시했다. 집권 자민당 역시 지난달부터 프로젝트팀을 가동해 세제 우대, 관련 외국인 체류자격 완화, 자녀 교육환경 정비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다음달 중 정부에 구체적인 안을 제안할 방침이다. 싱가포르·대만·호주 등도 이 기회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금융허브로 도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도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는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42차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를 서면으로 열고 2020년부터 오는 2022년까지 3년간 적용할 ‘금융중심지 조성과 발전에 관한 기본계획안’을 의결했다. 한국을 금융허브로 키우겠다는 정책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의 ‘동북아 금융허브 로드맵’ 수립 이후 17년째 계속돼왔다. 이번 계획에는 ‘3대 중점전략’으로 △적극적인 규제 개선을 통한 민간중심 혁신 유도 △데이터 활용 등 금융 혁신성장 인프라 구축 △글로벌 역량의 선택과 집중이 담겼다.하지만 실제 정책 의지가 강한지는 의문스럽다는 목소리가 많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7월 “외국계 금융회사와 전문가들은 홍콩·싱가포르에 비해 높은 한국의 법인세 및 소득세, 경직적 노동시장, 불투명한 금융규제 등이 여전히 걸림돌임을 지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거시경제 운용 측면에서 금융허브만을 위한 세제와 고용제도 등의 개편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금융허브라는 국가 정책목표만을 위해 법인세를 홍콩·싱가포르 수준으로 내리거나 주 52시간제를 수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러는 사이 우리의 국제금융 경쟁력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영국 컨설팅그룹 지옌에 따르면 서울의 올 3월 현재 국제금융센터지수(GFCI)는 세계 108개 도시 중 33위에 그쳤다. 지난해 9월 조사(36위) 때보다는 3계단 올랐지만 최고순위였던 2015년 9월(6위)에 비해서는 27계단이나 미끄러졌다. 부산은 51위로 지난해 9월의 43위에서 8계단 하락했고 2015년(24위)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졌다. 이 지수는 세계 금융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설문조사, 세계은행(WB)과 세계경제포럼(WEF) 등 외부기관이 평가하는 △비즈니스 환경 △인적 자원 △인프라 △금융산업 발전 △평판 등 5개 분야의 지수를 종합해 산출한다.

우리의 초라한 금융경쟁력 성적표는 이 외에도 무수히 많다. 외국계 금융사의 국내 진입 현황을 보면 2015년 말 166개에서 올해 1·4분기 162개로 오히려 줄었다. 특히 은행은 같은 기간 60개에서 53개로 가장 많이 감소했다. 외국계 금융회사의 국내 진입, 국내 금융사의 해외진출 실적을 합해서 구한 ‘국내외 금융사 진출입 실적’을 봐도 2015년 48개, 2017년 37개, 지난해 24개로 오히려 줄고 있다. 아울러 ‘국경 간 금융거래 활성화 지표’로 보면 우리의 국제화 수준은 주요국 중 중국 다음으로 낮다. 지표는 대외금융자산과 금융부채의 합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것으로 2018년 홍콩이 2,641%로 가장 높았고 중국이 92%로 제일 낮았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설상가상으로 지역구 표를 겨냥한 선심성 국책은행 지방이전 압력까지 넣고 있다. 윤재옥 미래통합당 의원(대구 달서구을)은 21일 기업은행 본점을 대구광역시에 두도록 하는 기업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금융허브 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은 등 국책은행의 지방이전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외국계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서울에 금융기관이 다 몰려 있어도 높은 법인세, 깐깐한 노동·금융규제로 한국 진출을 고민할 상황인데 주요 금융사 외에 국책은행까지 지방으로 이전하면 일단 서울로 입국한 뒤 지방으로 이동해야 해 굳이 한국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실제 국제금융센터의 ‘홍콩의 비즈니스허브 기능 위축 가능성 및 영향’ 보고서에서 HSBC 등은 “한국의 외국 금융회사 여건이 여타 금융허브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점을 감안할 때 수익이 홍콩보다 3~5배는 커야 투자 유인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법은 없을까.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지금까지 금융허브를 구축하기 위한 정부의 실질적인 정책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 바탕에는 금융 자체를 비생산적인 부분이라고 보는 정책기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금융은 그 자체만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나아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며 “금융을 관리감독의 영역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규제를 합리적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도 “금융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때문에 한국에 외국계 금융기관을 유치하는 것은 일자리정부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목표 달성에도 효과적인 도구”라며 “일본은 도쿄에 들어오는 외국계 금융사에 건물 임대료 등을 지원하는 등 파격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 우리도 외국 금융기관에 법인세를 인하해주고 종사자 자녀 교육을 지원해주는 등의 맞춤형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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