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장기화로 국내 공연계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적극적인 해외 진출로 활로를 모색하는 제작사들이 눈길을 끈다. 나라마다 대면 공연 재개·진행 여건이 다른 상황에서 해외 판권 수출을 통한 수익 다변화가 운신의 폭이 좁아진 업계의 숨통을 틔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5일 공연예술계에 따르면 창작 뮤지컬 ‘더 픽션’이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 이 작품의 제작사인 HJ컬쳐는 “중국 상하이 씨뮤지컬과 더 픽션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 오는 12월 상하이에서 공연을 올리게 됐다”고 밝혔다. HJ컬쳐는 앞서 씨뮤지컬을 통해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의 대륙 진출에 성공한 바 있다. 더 픽션은 ‘소설 속 살인마가 현실에 나타났다’는 설정을 기반으로 거짓과 진실, 선과 악, 픽션과 논픽션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3인 극이다.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스릴러물로 빠른 템포와 중독성 강한 록 비트의 뮤지컬 넘버는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이 작품은 2016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창작지원프로젝트 ‘데뷔를 대비하라’에서 씨앗을 뿌렸으며 2017년 DIMF 창작지원작, 2018년 KT&G상상마당 ‘상상 스테이지 챌린지’에 선정되며 완성도를 높여왔다. 최근에는 한국관광공사 자막 지원작으로 선정돼 외국인 관객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 픽션 외에도 뮤지컬 ‘루드윅’과 ‘미아 파밀리아’가 라이선스 계약으로 중국 현지 공연을 확정 지은 상태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도 지난달 30일까지 일본에서 호평 속에 대면 공연을 진행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2017년과 2018년 일본 내에서도 인지도가 있는 한국 배우들이 출연하는 현지 공연을 펼쳤지만, 올해는 일본 캐스트로 제작해 좀 더 많은 현지 관객을 겨냥했다. 아사히 신문은 이 작품에 대해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은 사랑하며 희망을 찾는다는 주제를 표현하려는 의도는 성공적’이라며 호평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뮤지컬 ‘광염소나타’는 독특한 방식의 해외 공연을 시도한다. 광염 소나타 제작사인 신스 웨이브는 오는 18~27일 대학로 유니플렉스에서 진행되는 대면 공연을 해외 유료 온라인 스트리밍과 동시에 진행한다. 국내 공연 실황을 일본과 동남아, 미주 지역에 생중계하기로 한 것. 현재 티켓 판매가 시작된 일본의 경우 1회 온라인 관람료가 5,500엔으로 국내 대면 공연의 S석(5만 5,000원)과 같은 가격이다. 며칠 치 공연을 볼 수 있는 복수 관람권의 경우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객석 띄어 앉기 적용에 따른 매출 감소를 온라인 유통 창구로 상쇄하면서 해외 송출을 통한 작품 홍보까지 함께 겨냥하는 셈이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대면 공연이 위축된 가운데 온라인 콘텐츠나 창의적인 스토리에 대한 수요는 해외, 특히 중국과 일본 시장에서 여전히 크다”며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온라인을 포함한 공연 판권 수출이 더 강조될 것”이라고 전했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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