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글로벌체크]이번엔 ‘얼굴 덮개’로 죽였다…美 경찰 사용한 ‘스핏 후드’ 뭐길래

3월 뉴욕서 경찰 진압에 흑인남성 사망해

진압과정서 씌운 스핏후드 논란

미국에서 경찰에 의해 얼굴 덮개(spit hood)가 씌워진 40대 흑인 남성이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다시 한번 인종차별에 대한 논란이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비무장 상태에서 경찰에 의해 수 분간 목이 짓눌려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에 이어 세 아들이 보는 앞에서 경찰에 의해 총에 맞은 제이컵 블레이크 사건에 대한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또다시 흑인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이 불거진 셈입니다.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로체스터에 지난 3월 사망한 대니얼 프루드를 추모하는 장소에 꽃이 놓여있다./로이터연합뉴스




얼굴 덮개 씌워진 채 진압당하던 흑인 사망
이 사건은 조지 플로이드 사건보다 앞선 지난 3월 23일(현지시간) 뉴욕주 로체스터에서 발생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와 BBC 등에 따르면 사건 당일 새벽 3시께 조 프루드는 동생인 대니얼 프루드가 심각한 정신문제를 보이자 경찰에 신고합니다. NYT는 경찰이 향정신성의약품의 일종인 펜시클리딘에 취한 상태에서 알몸으로 밖에서 뛰어다닌다는 신고를 받았다고 전합니다. 당시 프루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다고 외치기도 했다고 합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프루드를 체포했고, 그의 머리에 덮개도 씌웁니다. 덮개가 씌워진 채로 약 2분간 바닥에 눌린 프루드는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7일 뒤 사망합니다. 부검 결과 주요사인은 ‘신체적 억압 상황에서 발생한 무산소증 합병증’이었으며, 약물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후 경찰 발표에 따르면 그는 정신질환 병력이 있었다고 합니다.

대니얼 프루드/AP연합뉴스


이 사건은 지난 2일 유가족이 기자회견을 열고 체포 당시 영상을 공개하면서, 사건 발생일로부터 5개월이 지나서야 세상에 알려집니다. 영상 속에서 프루드는 경찰들에게 욕설을 내뱉고 땅에 침을 뱉긴 하지만 힘을 써서 저항하지는 않습니다. 영상이 공개된 뒤 논란이 커지자 러블리 워렌 로체스터 시장은 3일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사건과 관련된 경찰 7명을 정직 처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스핏후드로 호흡 능력 제한
이번 사건이 알려지면서 현지에서는 경찰이 사용한 ‘스핏 후드’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NYT에 따르면 스핏 후드란 경찰과 교도관들이 흔히 사용하는 것으로, 헐겁고 통기성이 있는 직물로 만들어집니다. 경찰이 용의자의 얼굴을 볼 수 있도록 망사 소재로 만들기도 합니다. 용의자 등이 침을 뱉거나 타인을 무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막음으로써, 경찰 등이 전염병에 걸리거나 부상을 입는 것을 방지하는 용도로 사용됩니다. 스핏 후드 공급업체의 대표인 크리스 페처는 코로나19로 인해 후드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발간된 의학논문에 따르면, 건강한 사람에게 스핏 후드를 사용하는 것은 호흡능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경찰이 스핏후드만을 단독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프루드 사건의 경우 경찰관 한 명은 머리를 바닥으로 눌렀으며, 다른 한 명은 무릎으로 등을 눌렀고, 또 다른 한 명은 다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스핏후드로 인해 사망한 이들을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닐 게라왓 변호사는 스핏후드가 호흡곤란이나 심박수 증가 등과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스핏 후드는 대부분 착용자가 엎드린 상태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숨쉬기가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로체스터에서 대니얼 프루드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핏후드 사망자 지속 발생…뉴질랜드서도 논란
그렇다면 실제로 스핏후드로 인해 사망한 이들은 얼마나 될까요? NYT에 따르면 지난 2001년 이후 경찰 구류 과정에서 발생한 사망자 최소 10명이 스핏후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스핏후드가 사망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불분명합니다. 지난 4월에도 경찰에 의해 진압된 20대 남성이 후드와 담요에 얼굴이 가려진 뒤 사망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2018년 캘리포니아에서도 테이저건으로 저지당한 남성이 스핏마스크가 씌워진 뒤 사망하기도 했죠.

스핏후드는 미국 외 유럽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이처럼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여러 국가에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 뉴질랜드에서도 테이저건을 맞고 스핏후드가 씌워진 남성이 질식사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죠. 이후 경찰은 스핏후드가 적절하게 씌워지지 않았다며 실수를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미국의 인종차별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반복되는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한 흑인 사망 뉴스가 조금이라도 줄어들까요.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