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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가부채는 축복인가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文정부, 효과없는 재정지출 중독

창피한줄 모르고 밀어붙이기 급급

노력·고민 없는 채무, 재앙의 씨앗

포퓰리즘성 정책 이제 그만둘 때





미국이 공식적으로 독립전쟁에서 승리한 것은 지난 1783년이다. 그리고 조지 워싱턴이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것은 1789년이다. 프랑스혁명이 일어난 바로 그해다. 미국이 독립을 쟁취한 다음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는 독립전쟁 중에 발생한 국채 문제였다. 전쟁에 필요한 자원을 공출하고 발행한 적지 않은 채무증서를 존중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국가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었으니 전쟁에 패했다면 당연히 휴지 조각에 불과했겠지만 독립국가가 됐으니 그 과정에서 발생한 국채의 처리는 당연히 중대 국사였음에 틀림없다. 특히 전쟁 중의 채무증서 가운데 상당량은 싼값에 이미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 있는 상태였다. 따라서 채권을 존중한다면 애국적인 의사에 따라 자원을 제공한 원래 채권자의 소유권을 인정해야 하느냐 아니면 현재 소유자에게 전액 보상해야 하는가는 지극히 감정적인 문제였다.

당시 많은 일반 대중은 원래 소유자 곧 애국지사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한 정서에 반대한 것이 미국 재무부 장관이던 알렉산더 해밀턴이었다. 전쟁 중의 국채는 존중돼야 할 뿐만 아니라 현재 소유자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해밀턴이 한 제안의 핵심은 사유재산권과 계약의 신성함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제안은 의회의 의결을 거쳐 공식화됐다.

전쟁과 같은 국가채무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은 언제나 존재할 수 있다. 그런데 2차대전 이후 비상시국도 아닌데 현재와 같이 세계적으로 국가채무가 만연한 데는 현대 경제학의 책임이 크다. 현대 경제학 특히 거시경제학은 존 메이너드 케인스로부터 시작됐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1930년대 대공황을 배경으로 탄생했다. 그리고 그의 이론을 바탕으로 미국의 뉴딜정책이 시행됐다.



재정지출이 그보다 몇 배의 수요를 창출한다는 승수이론으로 유명한 케인스의 이론은 한때 크게 유행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에 따라 승수효과 자체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예를 들어 지난번 재난기본소득이 그렇다. 필자에게 주어진 60만원의 사용내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음식점(방문횟수 4회) 18만7,000원, 동물병원 및 사료(3회) 15만3,000원, 식료품(4회) 9만500원, 카페(2회) 7만2,000원, 주유(1회) 4만6,000원, 자동차수리(1회) 3만6,520원, 미용실(1회) 1만5,000원.

재난기본소득이 주어졌기 때문에 새로 지출했다고 생각되는 것이 없다. 굳이 헤아려 본다면 음식점에 한 번 정도 더 간 것 정도다. 소비지출에 본인의 소득을 사용할 부분을 누군가가 낸 세금으로 대체한 것에 불과하다. 재난소득 때문에 증가한 수요는 없다는 말이다. 현대 경제학은 이와 같은 정부의 낭비를 그럴 수도 있다고 볼 정도로 관대하다. 가장 책임감 있어야 할 정부의 조세와 지출에 대해 참으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효과가 없거나 거의 없는 지출에 중독돼 있다. 지금도 정신없이 국가부채가 증가하고 있는데 그린뉴딜이라는 이름으로 자기들의 임기가 끝난 후에까지 국가부채를 증대시키겠다고 창피한 줄 모르고 공언하고 있다. 위기상황에서 국가부채를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위기일수록 긴요한 부분을 헤아려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위기를 핑계 삼아 대통령과 집권당의 인기를 추구하고 국가채무나 늘리는 위선을 이제 그만둘 때도 된 것 아닌가.

해밀턴이 한 말 가운데 ‘과하지만 않다면 국가부채는 국가적인 축복이다’는 명언이 있다. ‘과하지만 않다면’이라는 수사를 정량화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과하지 않으려는 노력과 고민이 없는 국가부채는 재앙의 씨앗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 그것을 뿌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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