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변화를 가져왔다. 재택은 일상이 돼버렸고, 오프라인 활동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지난 2017년 하반기부터 국내 주식시장은 가치주보다는 성장주가 시장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역사상 가장 낮은 0.5%의 국내 기준금리 상황에서 미래의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이 기대되는 회사에 더 많은 프리미엄이 붙여진 것이다. 코로나발(發) 경기침체와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은 성장주 프리미엄 현상을 더욱 강화시켰다.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발표에 따르면 2016년 11월부터 올해 7월말까지 국내 주식시장의 성장 지수는 가치 지수 대비 60%의 초과 수익을 기록했다. 주식시장은 대형주가 상승하거나 하락하면 중형주와 소형주가 갭을 메꾸고 가치주가 상승하거나 하락하면 성장주가 그 차이를 메우면서 ‘평균회귀(mean reversion)’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금처럼 특정 종목 및 섹터에 대한 과매도 또는 과매수 현상이 오래 지속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기업의 고평가 또는 저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 중 하나로 주가수익비율(PER)이 자주 사용된다. 1,000억원의 순이익을 벌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의 PER이 10이라면, 예상 순이익의 10배인 1조원에 주식이 거래되는 것을 의미한다. PER 관점에서 제약바이오와 인터넷서비스는 대표적으로 고평가된 섹터다. 제약바이오의 경우 2017년 말 12개월 선행 PER(시가총액/향후 1년 예상 순이익)는 52배였으나 현재 75배에 거래되고 있으며, 인터넷서비스 섹터는 2017년 7월 23배에서 현재 32배까지 올랐다.
2차 팬데믹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지만 세계 경제의 회복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2·4분기말 기준 선행지수가 급반등하면서 올 초 경제 셧다운 충격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 미국의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및 서비스업 지수도 빠른 회복세를 나타냈다. 이는 경기민감 섹터의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또 세계 각국이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조만간에 가시적 성과도 기대된다.
성장주에 치우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는 투자자라면 코로나19 극복에 따른 경제회복 국면에서 시장의 재평가가 기대되는 저평가 가치주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성장주의 투자매력이 높아 보이더라도 펀더멘털의 실체가 없다면 더 이상의 상승은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성장과 가치의 이분법적 접근보다는 균형있는 투자방식을 고려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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