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 하세요” 문자메시지를 두고 “5공 시절 보도지침이 되살아난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날 선 비판을 가했다. 주 원내대표를 필두로 국민의힘·국민의당 등 보수 야권은 일제히 윤 의원에 대해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그러면서 윤 의원에게는 의원직 사퇴를, 민주당에는 윤 의원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사보임을, 문재인 정권에는 대국민 사과와 국정조사 수용을 각각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9일 국회에서 예정에 없던 긴급 화상 의원총회를 열어 윤 의원과 관련한 당 차원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의총이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나 “많은 의원이 이번 일은 묵과할 수 없는 중대한 문제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당내에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끝까지 관련 사실을 파악하고 추궁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언론환경이 편파적이라고 생각은 했었는데 이렇게 포털 간부를 불러들여 뉴스 배열을 바꾸라고까지 하는 정도인지는 몰랐다”고 꼬집었다.
윤 의원은 앞서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주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포털 사이트 다음 메인 화면에 게재됐다는 내용의 보좌진 문자메시지를 확인한 뒤 “카카오에 강력히 항의해주세요.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 하세요”라고 답신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돼 ‘포털 압박’ 논란을 빚었다.
국민의힘은 추가 의혹도 제기했다. 미디어특별위원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윤 의원이 카카오 고위임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압력 행사를 시도했던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며 “카카오 관계자를 불러들이라는 외압 문자를 발송한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실제 고위임원에게 전화를 걸어 노골적인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 의원의 직권남용, 강요죄,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윤 의원과 민주당 외압 때문인지, 포털들이 알아서 눈치 보는지 모르겠지만 9일 오후2시 현재 다음 메인 화면에는 윤 의원의 뉴스 통제 기사는 사라지고, 이낙연 대표의 ‘엄중 주의’ 기사만 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윤 의원을 과방위에서 즉각 배제하고 윤 의원은 스스로 의원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화살을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전체로도 돌렸다. 국민의힘 소속 과방위 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통신위원장의 당정청 회의 참석 △방통위원장의 ‘청부 보도’ △KBS·MBC의 ‘권언유착’ △윤 의원의 ‘포털 통제’ 등을 문재인 정부의 여론조작 사건으로 단정했다. 또 실체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정부 차원의 대국민 사과도 요구했다.
국민의당도 논평을 통해 “온 나라가 신적폐의 늪에 빠진 기분”이라며 맹공을 가했다. 안혜진 대변인은 윤 의원을 향해 “과거 청와대에서 익힌 적폐를 실천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국회에 입성해 5개월 동안 의원으로서 특권의식만 키웠는지 스스로 반성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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