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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품질 책임 이통에" 페북 2심도 승소...'넷플릭스법' 비판론 거세질듯

"콘텐츠사업자들에 과도한 책임"

인터넷기업協 법령 재검토 요구

/연합뉴스




페이스북이 접속경로를 바꿔 국내 이용속도를 떨어뜨렸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린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낸 행정소송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주면서 망 품질을 관리할 책임이 페이스북 같은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아닌 이동통신사를 비롯한 인터넷제공사업자(ISP)에 있다고 판단했다. 방통위는 상고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고법 행정10부(이원형·한소영·성언주 부장판사)는 11일 페이스북이 과징금 3억9,600만원과 시정명령 등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방통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 행위는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하지만 전기통신 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하는 방식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현저성(현저히 해하는 정도)은 별개로 따져야 하는 문제라고 봤다. 재판부는 “페이스북 응답속도가 저하되기는 했지만 이용자들은 고화질 동영상 등을 이용할 때만 불편함을 느낀 것으로 보이고 메시지 전송 등은 평상시처럼 했다”며 “현저성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인터넷망 품질을 관리할 의무는 페이스북 같은 CP에 물을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인터넷 접속 서비스의 품질은 기본적으로 ISP가 관리·통제할 영역이지 CP가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페이스북 같은 CP에 대한 법적 규제의 폭을 넓혀간다면 CP의 정보 제공 기능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재판부가 서비스품질관리 의무가 이동통신사에 있다고 적시하면서 정보기술(IT) 업계의 목소리는 힘을 얻게 됐다. 최근 CP사의 서비스품질관리 의무를 강화한 ‘넷플릭스법’ 시행령 입법예고가 이뤄지면서 CP사들은 과도한 책임을 떠넘긴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문제의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은 부가통신사업자에 서비스 안정수단의 확보 등 필요한 조치 의무를 부과한다. 일평균 이용자 수 100만명, 국내 트래픽 총량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사업자를 적용 대상으로 규정해 구글·넷플릭스·페이스북은 물론 네이버와 카카오 등 5개사가 의무를 지게 됐다.

네이버가 의장사로 있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안정성 유지 의무를 통신사가 아닌 부가통신사업자에 부가하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법안”이라며 시행령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해외 사업자들에 집행력이 닿지 않아 국내 업체들에 역차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페이스북 외에 또 다른 해외 CP사인 넷플릭스 역시 SK브로드밴드에 지불해야 할 망 사용료가 없다는 취지의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해 다음달 30일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방통위는 “2심 재판부가 페이스북의 행위가 ‘이용 제한’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것에 대해서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법원의 판결문을 분석하여 상고 여부를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이희조·오지현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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