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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에서 '깨달음' 얻어가세요

[작품 통해 소통 나서는 불교계]

■일감스님 '알타이 암각화' 탁본전

"삶 고통 이겨낸 수만년前 예술"

고산 극한 뚫고 직접 탁본 선봬

■진옥스님 '선.…' 그림·서예전

'中 탄압' 티베트 망명 난민 돕기

"보시의 마음으로 75점의 작품"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사무총장 일감스님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 전시된 알타이 암각화 탁본을 설명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스님은 지난 2016년부터 본러시아 연방 알타이 공화국과 몽골, 키르기스스탄 등을 탐방하며, 탁본과 기록을 꾸준히 남겨왔다./사진제공=일감스님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대유행으로 종교활동이 또 다시 멈춰 섰다. 교회와 성당은 물론, 산사의 작은 암자까지 빗장을 걸어잠그고 거리두기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불교계에서는 대중과 접점을 넓혀나가기 위한 방법으로 스님들의 작품세계를 선보이는 전시회가 잇달아 열리고 있다. 수행 대신 작품활동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스님들의 전시를 미리 가 봤다.

문자가 없던 시대, 고대인들은 바위나 벼랑, 동굴에 그림으로 기록을 남겼다. 돌을 깎고 새기고 쪼아서 만든 고대 암각화에는 사슴, 물고기 등 동물과 사람, 기하학적 무늬로 안전한 사냥과 풍부한 먹을거리 등을 기원하는 주술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그 암각화의 매력에 사로잡힌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사무총장 일감스님의 ‘하늘이 감춘 그림, 알타이 암각화’ 탁본전이 15~2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전시에서는 스님이 직접 탁본을 뜬 암각화 70점이 전시된다. 작품은 알타이 암각화가 대부분인데, 2016년부터 스님이 알타이 공화국로 암각화 순례를 다녀온 기록물이다.

일감스님이 알타이의 한 절벽에서 암각화 탁본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암각화는 고대인들이 벼랑이나 동굴 벽 등에 당시의 상황과 감정, 관계를 돌 등을 이용해 새겨넣은 그림이다./사진제공=일감스님


스님이 암각화에 매료된 것은 2005년, 수묵화가이자 암각화 전문가인 김호석 화백과의 인연으로 경북 고령 장기리 암각화를 접하면서다. 이후 2016년부터 세계적인 암각화 지역인 러시아 연방 알타이 공화국과 몽골, 키르기스스탄 등을 탐방하며 탁본과 기록을 꾸준히 남겼다. “체감온도 영하 30도, 텐트를 날려버리는 바람, 해발 3,000m의 고산 등 극한의 자연을 뚫고 수만 년 전 고대인들이 남긴 알 수 없는 그림의 뜻을 더듬어보는 일은 흡사 언어의 세계가 끊어진 자리를 궁구하는 수행과 비슷했다”고 스님은 전한다.

스님은 작품에 대해 “암각화는 삶의 고통을 이겨냄은 물론이고 마침내 고통이 없는 낙원으로 향하고자 하는 의지를 종교적으로 승화시킨 선조들의 예술이요, 한마디로 영혼의 성소(聖所)”라며 “돌을 가져올 수 없으니 그 뜻을 마음에 종이에 담아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아리아트센터 1층과 지하 1층을 둘로 나눠 각각 ‘하늘’과 ‘땅’이라는 주제로 구성됐다. 하늘의 장에는 고대인들이 하늘과 신을 묘사한 작품이, 땅의 장에는 인간이 발붙이고 사는 대지이자 생명을 묘사한 작품들을 내걸었다. 코로나19로 전시를 관람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전시회와 같은 제목의 암각화 명상록 ‘하늘이 감춘 그림, 알타이 암각화’도 함께 출간됐다.



티벳대장경 역경원장인 진옥스님이 작품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에게 자신의 작품세계를 설명하고 있다. 진옥스님은 티베트 난민을 돕기 위해 평소 그려온 작품 75점을 내놨다./사진제공=진옥스님


일감스님의 전시가 내면 세계를 표현한 일종의 수행의 의미를 담았다면, 진옥스님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보시(布施), 즉 나눔활동의 일환으로 전시를 연다. 전남 여수 조계종 석천사 주지이자 티벳대장경 역경원장인 진옥스님은 16일부터 22일까지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여는 ‘선(禪). 열반의 노래’ 전시회에서 그동안 틈틈이 그리고 만들어 온 그림, 서예, 병풍, 도자기 등 작품 75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티베트 망명 난민을 돕기 위해 마련됐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중국의 박해와 탄압으로 고통받는 난민에게 희망을 전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전시 수익금은 전액 티베트 난민을 위한 코로나19 진단시약, 방호복, 산소호흡기 등 장비와 시설 마련에 쓰인다. 당초 스님은 내년 3월쯤 전시회를 열어 티베트에 코로나19 백신을 지원하려 했지만, 현지 상황이 심각해짐에 따라 서둘러 전시회를 열게 됐다고 한다.

진옥스님이 2019년 열린 전시회에서 서예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스님은 불경을 배껴쓰는 사경(寫經)을 통해 서예를 배웠다./사진제공=진옥스님


진옥스님은 20년 전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티베트와 인연을 쌓아 왔다. 달라이 라마와 접견한 스님은 그의 생각과 자세에 크게 감명을 받았고, 이후 둘의 인연은 티베트 난민 돕기활동으로 승화됐다. 스님은 한국 불자들과 함께 티베트 망명 정부가 있는 다람살라 지역을 수차례 방문해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달라이 라마에게 법회를 요청해 일 년에 한 번씩은 다람살라 남걀사원에서 ‘한국인 법회’가 열린다.

그림이나 서예를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다는 스님ㄴ은 “전시되는 글과 그림은 사경(寫經)과 공부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들”이라며 “오직 난민들의 어려운 처지를 돕는다는 생각으로 봐주시면 부끄러움이 덜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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