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14일 출범한 질병관리청이 출범 일성으로 “올해 안에 코로나19 치료제를 확보하겠다”고 목표를 밝히면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일부 바이오 기업들은 정부와 손잡고 국책 사업으로 치료제 개발을 진행하고 있어 치료제 개발 시기와 의료 현장에 투입 여부가 주목된다.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중 상당수는 백신보다 치료제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식약처 승인을 받아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은 총 11건이다. 임상 3상 1건, 2상 7건, 1상 3건이다. 판매 직전 단계인 3상을 진행하고 있는 곳은 한국릴리다. 다국적 제약사 릴리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올루미언트(성분명 바리시티닙)를 사용해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 착수했다. 임상 3상 규모는 600명으로 내년 10월까지 진행된다. 이 중 국내 환자는 15명으로 아주대학교 병원에서 투약 받는다. 회사측은 올루미언트가 코로나19로 인한 합병증 중 하나인 ‘사이토카인 폭풍’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이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왔을 때 체내 면역 불질인 사이토카인이 과도하게 분비돼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는 현상으로 환자의 폐나 신체 조직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책사업으로 정부와 함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곳은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는 GC녹십자와 1상 진행 중인 셀트리온이다. 통상 치료제 개발 방법은 혈장치료제·항체치료제 등 신약을 개발하는 방식, 기존 약물을 코로나19 환자에 투여해 경과를 지켜본 후 효과가 인정되면 치료제로 사용하는 약물 재창출 방식으로 구분된다. GC녹십자는 혈장치료제 ‘GC5131’를 활용한 치료제를 개발 중으로 현재 2상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이르면 이번주 안에 60명을 대상으로 투약을 시작할 예정이며 올해 안에 2상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2상 임상에서 안전성 등이 입증되면 치료목적의 응급승인을 받아 의료 현장에 보다 빠르게 투입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혈장 확보가 변수다. 혈장치료제는 완치자의 혈장을 걸러 중화항체를 농축해 약품을 만든다. 문제는 완치자 2~3명에게 기증받은 혈장이 코로나환자 1명에게 활용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회사 관계자는 “완치자 혈장 공여가 혈장 치료제 개발의 관건인 만큼 정부 주도의 공여자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항체치료제 방식으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임상 1상을 진행 중이지만 다른 기업에 비해 진척 속도가 빠른 편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GC녹십자 혈장치료제는 10월 중순에 제제 공급을 완료할 예정이고 셀트리온은 9월 중 상업용 항체와 치료제 대량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두 회사는 모두 아직 임상 1, 2상 단계지만 정부와 국책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긴급승인 등을 통해 현장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2상을 진행 중인 기업 중 GC녹십자를 제외한 나머지 6개 기업은 모두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국내 제약사 중에는 부광약품이 기존 B형간염 치료제를 코로나19 환자에 투여하는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고, 신풍제약·대웅제약 등도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종근당은 급성췌장염 치료제 ‘나파모스타트’를 약물 재창출 방식으로 개발 중이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현재 국내 코로나19 치료 현장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렘데시비르 보다 나파모스타트가 수백 배 치료 효과가 강하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엔지켐생명과학, 크리스탈지노믹스 등도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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