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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말보다 강한 음악의 힘, 믿습니다! [SE★VIEW]





14살 많은 유부녀를 뮤즈로 삼아 40여년 동안 명곡을 만들어낸 브람스의 사랑 이야기는 누가 봐도 흥미로운 소재다. 연상연하 커플이나 짝사랑, 삼각관계, 사랑과 우정사이…. 쉽게 생각하면 로맨스 드라마의 설정들은 ‘깊이 들어갈수록 어려운’ 그의 사랑으로부터 출발한다.

브람스가 타계한지 60여년이 지난 뒤 이름만 들어도 프랑스 사람같은 프랑수아즈 사강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소설을 출간했다. 24세였던 작가가 자신의 15년 뒤를 상상해 만들어낸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이다. 39세 여성이 14살 어린 25살 남성의 열렬한 구애를 받아들이면서 시작되는 사랑 이야기는 ‘순간의 자극인 불같은 사랑’보다 ‘익숙하지만 식어버린 물같은 연인’을 택하면서 끝난다.

그리고 또 60여년이 흐른 지금, 대륙 건너 한국에서 클래식을 소재로 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생경한 드라마가 등장했다. 현실 속 브람스와 클라라의 관계, 소설 속 현실에 대한 고민과 일탈에서 모티프를 따온 듯한 이 작품은 ‘재능에 대한 고민’과 ‘사랑에 대한 정의’를 덧붙여 잔잔하지만 긴장감 있는 작품으로 한 발씩 나아가고 있다.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에 입상한 박준영(김민재)은 늘 자신보다 남이 먼저였다. 집안사정으로 피아노를 그만 둘 결심을 해야 할 때 기적처럼 경후문화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됐고, 그것으로 인한 성공이 누군가의 불행 값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이후 자신의 연주는 누군가를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누군가에겐 10점, 또 누군가에겐 6점짜리 연주가 아닌 ‘모든 이에게 8점’을 받아 콩쿨에서 우승해야만 하는.

7년간 세계를 떠돌며 연주하던 그가 안식년을 앞두고 마지막 무대에 서던 날, 그는 이정경(박지현)을 향한 마음이 애증이 아니라 사랑일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재단, 그녀의 연인이자 가장 친한 친구 한현호(김성철)를 떠올리면 더 이상 이 감정을 품고 있을 수는 없다. 그는 그녀와의 연결고리이자 그녀의 상징과도 같은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를 더 이상 연주하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그때 자신이 치는 트로이메라이가 어떤 곡보다도 가슴을 울렸다는 여자가 나타났다.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다시 음대에 입학했다는 채송아(박은빈). 독특한 이름 탓에 자기소개만 하면 “죄송합니다”라고 오해를 사기 일쑤지만, 그는 달랐다. 휴대폰에 전화번호를 입력하며 “네, 알아요. 채송아”라는 박준영의 모습이 마음에 들어온다.



난다긴다하는 과 동기들을 보며 재능 부족을 실감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문화재단 인턴을 하는 그에게 그는 꿈같은 존재다. 너무 거대해 보여 어색하게만 느껴지는 첫 만남이었지만, 또 만나고 또 만나며 어느새 그가 자신의 마음에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내일 밥 같이 먹자”는 말에 이불을 찰 만큼.



채송아가 짝사랑하는 윤동윤(이유진)과 절친 강민성(배다빈)이 하룻밤을 보낸 것을 우연히 듣게 된 박준영은 애써 그녀가 알지 못하게 막는다. 자신을 떠올린 걸까…. 그러나 결국 모든 것을 알게 된 그녀에게 그는 베토벤의 ‘월광’에 이어지는 생일축하곡 연주로 말로는 할 수 없는 위로를 건넨다.

“나는 음악이 우리를 위로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정작 내가 언제 위로받았었는지는 떠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그날 나는 알 수 있었다. 말보다 음악을 먼저 건넨 이 사람 때문에…. 언젠가 내게 위로가 다시 필요한 순간이 다가온다면 나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을 떠올릴 것이라는걸. 그래서 나는 계속 상처받고 또 상처받으면서도 계속 사랑할 것임을 그날 알았다.”

천재는 아니나 꿈을 꾸는 그녀와 천재이나 안식처가 없는 그는 친구가 되기로 한다. 그리고 그는 그녀가 자신이 가장 초라해져 보이는 순간 나타나 ‘바이올리니스트 채송아님’ 이라고 적은 사인CD를 건네주며 그녀에게만큼은 지금 자신이 주인공처럼 느껴지는 순간을 선물한다.

‘송아씨를 보면 기분이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왜 힘든 날엔 송아씨가 생각나는지 모르겠어요’라는 박준영의 수줍은 고백은 어느 방향으로 흐를까. 친구에서 연인으로…가는 길이 가까우면서도 참 멀게 느껴진다.

/최상진기자 csj84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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