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배달 노동 종사자의 산재보험 가입 확대를 위한 기본 원칙을 마련했다. 원론적인 차원이지만 플랫폼 노동 종사자에 대한 산재보험 처리 논의를 위해 노사정이 함께 첫발을 떼게 됐다.
16일 경사노위 산하 ‘디지털 전환과 노동의 미래위원회’ 배달 업종 분과위는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배달 종사자의 산재보험 가입 확대를 위한 합의문을 체결했다. 체결문에는 배달노동종사자들에 대한 노사정의 △산재보험 가입 노력 △산재법 적용 사각지대 최소화 개선방안 마련 △산재보험 관련 자료 공유 체계 구축 업무협약 체결 추진 △징수체계 등 제도개선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추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배달업종분과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배달 노동 종사자는 사고위험률이 높음에도 산재보험 가입률이 매우 낮다. 실제로 1월부터 4월 15일까지 이륜차(오토바이 등)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23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 107명보다 15% 증가했다. 경사노위가 플랫폼 노동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산재보험 가입 비율은 0.4%에 불과했다. 산재보험 미가입자는 92.5%로, 7.1%는 가입 여부조차 알지 못했다.
특히 분과위는 배달 노동 종사자의 산재보험 가입률이 저조한 원인으로 ‘전속성’(한 사업주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정도) 요건과 보험 적용제외 적용 남용을 꼽았다. 여러 사업주에게 일감을 얻는 플랫폼 노동 종사자의 특성상 특정 사업주에 대한 전속성이 약하기 때문이다. 또 본인이 원할 경우 산재보험 제외 신청이 가능한 점도 산재보험 가입률이 낮은 이유 중 하나로 파악됐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배달 노동 종사자들이) 제외 신청을 쓴지도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합의는 원론적인 차원으로 노사 간 의견 차이가 커서 구체적인 합의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산재법의 전속정 기준과 산재법 적용 제외 조항을 폐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폐지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전속성 판단 기준을 개선하고 산재법 적용 제외 신청의 남용을 방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이날 박찬임 배달업종분과 위원장은 “경영계와 노동계의 입장에 차이가 있지만 플랫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향후 늘어나면서 사회보장제도도 여적절하게 변해야 한다”며 “이미 민간 보험시장에서는 현실에 기반한 보험상품이 나와 있는 상황에서 정부 제도도 현실에 부합하는 쪽으로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방진혁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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