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공기관 지방 추가 이전을 공언하면서 혁신도시 ‘시즌 2’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아직 이전 대상 공공기관을 정하지 못해 많은 지방정부가 공개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지만 각자 원하는 공공기관을 유치하기 위한 사전 물밑 작업은 활발히 진행되는 모습이다.
17일 각 지방정부에 따르면 1차 이전 당시 혁신도시 지정에서 배제됐던 대전·충남이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연내 혁신도시 지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허태정 대전시장과 양승조 충남지사가 국회와 청와대 등을 연이어 방문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혁신도시가 지정되면 공공기관 유치도 가능해 지역발전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전시는 원도심인 동구 대전역세권과 대덕구 연축지구를 혁신도시 입지로 선정하고 국토부에 신청했다. 대전역세권지구는 중소기업·교통·지식산업 관련 공공기관을 유치해 관련 클러스터 조성을 통한 원도심 지역의 도시경쟁력을 높여 새로운 혁신도시 성공 모델로 조성할 예정이다. 연축지구는 과학기술 관련 공공기관을 유치해 관련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이를 토대로 지역 성장을 견인한다는 전략이다.
충남도는 도청 등이 자리잡고 있는 내포신도시에 대해 혁신도시 지정 신청을 했다. 세종시 분리 출범에 따른 지역 내 총생산 및 면적 감소, 인구 유출 등의 차별을 겪었다며 혁신도시 지정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충남도는 혁신도시를 지정받은 후 중점적으로 유치할 공공기관으로는 환경기술·연구개발·문화체육 등 3개 기능군을 제시했다.
광주·전남의 경우 1차 이전 때는 힘을 합쳤지만 이번에는 ‘각자도생’ 방식으로 유치 추진에 나서고 있다. 우선 광주시는 35개, 전남도는 42개의 공공기관을 유치 목표로 설정했다. 전남도가 공개한 유치 목표 42개 기관·기업은 1차 이전과 연계한 공공기관 19개, 지역특화산업과 연계된 기업 11개, 금융·공공기관 12개 등이다. 광주시는 2차 이전 대상 122개 공공기관 중 에너지·정보통신·문화예술·농생명·환경생태·과학기술·복지노동 등 총 7개 분야에 35개 기관을 유치 목표로 정하고 이중 10개 기관을 집중 공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에서는 IBK기업은행이 지역발전을 선도할 공공기관으로 손꼽힌다. 특히 윤재옥 국민의힘 국회의원(대구 달서을)이 기업은행 본점 대구 이전을 골자로 한 ‘중소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달 대표 발의해 관심을 모은다. 대구는 중소기업 수와 종사자 수 비율이 전국 8개 특별·광역시 중 가장 높다. 지난해 기준 대구의 중소기업 수는 19만1,595개로, 관내 전체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99.95%에 달한다. 이에 따라 대구에 기업은행 본점이 이전하면 2014년 이전한 신용보증기금과 연계해 적극적인 중소기업 자금 및 해외판로 지원, 컨설팅이 가능해지는 등 지역발전 기반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광주·전남과 대전·충남, 대구 등을 제외한 나머지 시·도는 아직 관망하는 모습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대상 기관을 정해야 움직일 수 있지만 현재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불투명한 것 같다”면서 “1차 이전 기관과 연계해 2차 이전을 준비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아직 정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울산은 에너지 및 친환경 공공기관의 추가 이전을 원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의 금융기관과 예금보험공사 본점이 옮겨오기를 희망한다. 부산은 지난 2009년 제2 금융중심지로 지정됐지만 금융 기관의 집적 효과나 경쟁력이 미미한 만큼 정책금융기관 등이 부산으로 옮겨오면 이미 이전한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주택금융공사, 예탁결제원 등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울산·대전·광주·대구=장지승·박희윤·김선덕·손성락기자 j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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