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서울광장에서 열리던 성(性) 소수자 축제인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는 전면 온라인 행사로 대체된다. 이에 맞춰 반(反)동성애단체들 역시 온라인으로 맞불집회를 예고하고 나서며 양측간 물리적 갈등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18일부터 29일까지 예정된 ‘2020 제21회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전면 온라인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앞서 조직위 측은 지난 5월과 7월 부스 프로그램과 한국퀴어영화제를 각각 온라인으로 대체한다고 발표했으나 거리행진인 ‘자긍심 행진’의 구체적 진행방식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주최 측 안팎에서는 거리행진이 성소수자가 사회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는 의미가 있는 만큼 개최 여부와 방식을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자 조직위는 최근 거리행진도 온라인으로 진행키로 결정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당국의 지침에 따라 모든 행사를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개최하기로 했다”며 “‘자긍심 행진’도 유튜브를 시청하는 방식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세계 각국의 성소수자 단체들은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공유하는 방식으로 ‘글로벌프라이드2020’을 진행한 바 있다.
이에 동성애를 반대하는 일부 단체들은 온라인공간에서 맞불집회를 열겠다는 입장이다. 주요셉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 공동대표는 “축제가 취소된 것도 아니기에 마냥 손 놓고 있을 순 없다”며 “동반연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자체 제작한 교육 영상, 대담 프로그램, 이전 문화행사 영상 등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호수 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 사무총장도 “성명서 발표를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집회장소가 예년과 달리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온라인공간으로 옮겨간 만큼 양측간 갈등수위도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 공동대표는 “온라인 퀴어축제에 댓글을 달거나 방해하는 행동은 수준이 낮다”며 “동반연은 자체 프로그램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 사무총장도 “교회가 동성애자를 정죄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아니기에 온라인 활동에 개입할 일은 없다”고 밝혔다.
서울퀴어문화축제와 맞불집회는 지난 2015년부터 서울광장에서 거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개최돼왔다. 때문에 지난 2018년에는 반동성애 집회 관계자 8명이 몸싸움을 벌여 경찰에 입건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서울퀴어문화축제와 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 측 추산 참가인원은 각각 3만명과 1만명 등 총 4만여명에 달한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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