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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설
[사설]美中 기업 보호 전쟁…우리는 '규제3법' 밀어붙이나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권익을 침해하는 외국 기업을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신뢰할 수 없는 명단’ 규정을 발표했다. ‘중국판 블랙리스트’로 불리는 새 제도는 화웨이와 틱톡 등을 제재한 미국에 대한 역보복 차원이다. 자국의 주력 기업 보호를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른 국가들도 간판 기업에 대해 대규모 자금 지원을 하는 한편 해외 투기자본으로부터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당하지 않도록 경영권 보호장치를 마련하느라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벨기에와 프랑스는 유럽연합(EU) 법원이 주주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불법으로 판정한 ‘황금주’ 제도까지 꺼냈다. 단 1주만으로도 절대적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업사냥꾼에게 속절없이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반면 우리 기업들은 투기자본의 공격에 사실상 무장해제돼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자료를 보면 4대 그룹 상장사 55곳 중 19곳(35%)이 대주주보다 외국인 지분이 높아 헤지펀드의 공격에 취약한 구조다.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독약처방) 등 경영권 방어장치가 없다 보니 자기주식 매수로 공격을 막아야 하는 실정이다. 기업들이 자기 회사 주식을 되사는 데 쓴 돈만 2017년 한 해 8조1,000억원에 달했다.

현실이 이런데도 우리 정치권은 기업들에 족쇄를 채우는 법만 골라서 만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1대 국회 개원 후 석 달 동안 발의된 ‘기업부담 법안’이 284건으로 20대 국회 같은 기간에 비해 40%나 늘었다. 여기에 기어이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기업규제 3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규제 3법에 대해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강행 의지를 밝혔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동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은 세계 각국이 주력 기업을 지키기 위해 어떤 정책과 법안을 만들고 있는지 제대로 돌아봐야 한다. ‘기업규제 3법’을 밀어붙이기에 앞서 경영권을 지켜낼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먼저 마련하는 것이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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