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경제부처 장관 출신 5人 "시장 쥐고 흔드는 규제3법...관치경제 빌미될수도"

경제민주화로 뭉뚱그려 재벌 무조건 제재하려는 접근 위험

감당하기 힘든 규제 불쑥 꺼내...장기계획 세워 동의 구해야

혁신성장 '판' 깔아주진 못할망정 기업 발목 붙잡아선 안돼





경제부처 장관 출신 5인이 23일 서울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치권과 정부의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에 대해 잇따라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들의 비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정부가 혁신 성장동력의 ‘판’을 마련해주지는 못할망정 기업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데 집중됐다. 경제민주화라는 그림에 매몰되지 말고 보다 신중하고 생산적인 정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했다.

경제부처 장관 출신 5인이 가장 문제 삼은 부분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및 감사위원 분리선임 등 이른바 ‘독소조항’을 담고 있는 상법 개정안이다.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는 “상법 개정안에 담긴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같은 경우 법안이 현장에 적용되면 기업 경영이 상당히 힘들 수밖에 없다”며 “무엇보다 뭉뚱그려 재벌을 나쁘게 보고 이들을 제재하려는 접근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규제 3법 중 개별입법의 실제 효과가 어떤지 따져봐야 하며 신중하게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며 “현재 코로나19로 각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 등과 합산해 3%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도록 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해당 법 통과 시 지분 3%만을 보유한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자칫 국내 기업이 기업사냥꾼의 먹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정부는 이 같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전 위원장은 이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듯이 특정 법안이 기업을 과도하게 옥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현정택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또한 감사위원 선임 관련 안에 대해 기업에도 방어권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 전 수석은 “기업은 외부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기제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같은 상황이면 경영권 방어가 힘들 수 있다”며 “다른 나라 사례를 보면 경영권을 유지하고 경영 방향을 지속할 수 있는 기조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삼성전자만 놓고 보면 이건희 회장(4.18%), 삼성생명(8.51%), 삼성물산(5.01%) 등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으로 등재돼 있으며 관련 지분은 21.20%(보통주 기준)에 달한다. 반면 관련 법안 통과 시 삼성전자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감사위원 선임 관련 의결권은 3%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감사위원 선임과 관련해 삼성전자 지분을 각 3%씩 들고 있는 헤지펀드 두 곳이 힘을 합칠 경우 삼성전자 최대주주 대비 2배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자칫 투기세력들의 입맛에 맞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수 있는 것이다. 현 전 수석은 길게 그림을 봐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기업이 감당하기 힘든 규제를 불쑥 꺼내는 게 문제”라며 “3개년, 5개년 계획을 세워 놓고 차근차근 여야가 합의를 하고 기업이 동의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 경제부처 장관들은 여권은 물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까지 힘을 실어주는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도 비판을 쏟아냈다. 경제민주화가 자칫 정부가 시장을 주도하는 ‘관치경제’를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다.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은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분배론과 의사결정 과정의 민주화 등 이야기가 많은데 이와 관련한 규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결국 경제민주화는 극심한 불평등을 완화하는 방향이 될 것 같은데 지금과 같이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과도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상법 등을 살펴보면 정부 개입 정도를 너무 높여 관련 법이 자의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차짓 권력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좌우되며 관치경제로 흘러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경제활성화와 경제민주화를 동시에 추구하기는 매우 힘들다”며 “경제민주화 또한 결국 성장이 뒷받침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이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서는 다소 타이밍이 안 맞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는 전 장관들은 규제개혁 등 기업이 활동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전 수석은 “정부가 민간 시장을 대체하려 하면 나라가 거꾸로 갈 수밖에 없으며, 시장은 결국 민간이 만들어간다는 인식을 정부가 심어줘야 한다”며 “기업이 돈을 많이 쌓아놓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데 결국 이 또한 불확실성과 관련이 깊다는 점에서 세제 문제 등에 대한 다양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 전 위원장은 “단순한 규제 완화를 넘어 혁신이 담겨 있으며 생산성까지 높이는 자원 배분이 이뤄져야 한다”며 “결국 연구개발(R&D) 등에 대한 역량 집중으로 지금의 위기 극복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철민·조양준·하정연기자 chop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