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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공화당, 선거후 국정 방해 우려된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바이든, 이번 대선서 승리해도

공화당이 상원 재장악한다면

끊임없는 방해공작 시달릴 듯

몇년간 美 국정에 악영향 우려

폴 크루그먼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누가 이길지 누구도 장담 못 한다. 지금은 조 바이든이 우세를 보이고 있지만 예측을 불허하는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의 변동과 트럼프주의자들이 준비하는 10월 행사 사이에서 그 누가 선거결과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공화당 전체가 내년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 행동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정적들의 끊임없는 방해공작 속에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 6일 네바다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의 대규모 실내 유세를 생각해보라. 밥 우드워드의 새로운 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트럼프가 과학을 신봉하지 않았기에 대규모 집회가 많은 사람들을 감염시키거나 심지어 사망에 이르게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노라 강변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가 처음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험을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아랑곳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안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공화당이 7월 말로 추가 실업수당이 끊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실직자들의 고통과 주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위기를 경감시키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필자는 미래의 경제 및 정책개발에 관한 지침을 제공하는 여러 개의 비즈니스 뉴스레터를 구독한다. 지난 초여름 거의 모든 뉴스레터들은 민주당을 장악한 하원과 공화당이 지배하는 상원이 경기부양 절충안에 합의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당의 절충안이 통과됐다면 실직자들은 1차 경기부양법 때 받았던 주당 600달러보다는 적겠지만 어쨌든 계속 추가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주 정부와 지자체들은 민주당이 원했던 만큼은 아니더라도 연방정부로부터 상당한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일부 추가 실업수당 지급을 승인한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무위로 끝났다.

민주당은 5월 추가 부양안을 통과시킨 반면 공화당은 강경 우파들의 반대와 경기가 V자형 회복을 할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법안 통과를 계속 미뤘다. 그들의 환상이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즈음에는 선거 판세에 영향을 줄 만한 조치를 취하기에 이미 너무 늦은 상태였다. 그렇다면 굳이 헛수고할 필요가 있을까. 공화당은 승리를 예상하지 않았고 설사 이기더라도 그들이 만들어놓은 난장판의 뒤처리는 그때 가서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순진한 사람들은 정치인들이 소속 정당의 이익보다 국익을 우선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의 공화당은 그렇지 않다.



이 모든 것은 선거 후 몇 년, 몇 개월에 걸쳐 미국의 국정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바이든이 선거에서 승리하고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이 헌정 위기를 초래할 만큼 심각한 분열 책동에 나서지 않는다고 가정하더라도 공화당은 선거가 끝난 뒤 두 달 동안 백악관과 상원에 그대로 남게 된다. 전통적으로 퇴진하는 행정부는 새로운 정부가 순조로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길을 닦아주는 것이 관례다. 만약 이번에도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터무니없는 오산이다.

백악관과 상원은 그 어떤 일도 하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제한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고 위기에 처한 미국 가정과 지방 정부들을 돕기 위한 부양조치 역시 없을 것이다. 고의로 상황을 악화시키려는 행동이 없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만약 바이든이 내년 1월20일 취임식을 갖는다면 그는 버락 오바마에 이어 전임 공화당 행정부로부터 연이어 위기에 처한 국가를 넘겨받는 두 번째 민주당 대통령이 될 것이다. 게다가 나라 형편은 이전의 경우보다 열악하다.

문제는 취임식 날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상원을 재장악한다면 그들은 새로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에 타격을 주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다. 2011년 하원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그들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국가채무 불이행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당리당략에 국가를 볼모로 잡은 셈이다. 지금보다는 정도가 덜했던 트럼프 이전의 공화당이 저지른 일이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를 통해 하원을 방어하고 백악관과 상원을 동시에 장악한다면 상황은 나아질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된다 해도 바이든은 여전히 끊임없는 공화당의 국정방해 시도에 시달릴 것이다.

결론은 이렇다. 바이든의 승리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붕괴 위기에서 건져내겠지만 우리의 정치공동체가 앓고 있는 병까지 치유하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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