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의 머리에 해당하는 작은 ‘인공지능(AI) 개인용컴퓨터(PC)’가 있으면 사람 조작 없이도 드론이 스스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드론을 이용한 시설물 점검 등 도심 안전의 파수꾼 역할을 하는 플랫폼 기술개발에 전력하겠습니다.”
무인기술 스타트업인 무지개연구소의 김용덕(35·사진) 대표는 27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기업·기관들이 기존 드론으로 건물 균열 진단, 화재 감시 등에 운용할 수 있도록 드론 메인보드부터 운행 소프트웨어까지 모든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지개연구소는 지난해 말 소형 AI 컴퓨터 ‘아리온 지능모바일코어(IMC)’를 자체 개발해 출시했다. 중앙처리장치(CPU), 송수신 센서 등이 들어간 이 메인보드는 손바닥만 한 크기로 드론 머리에 탑재돼 군집비행이나 통신범위 밖의 원거리 비행을 할 수 있도록 제어한다. 김 대표는 “아리온 IMC를 장착한 드론은 거리제어와 충돌회피 기능을 통해 스스로 시설물 점검 임무나 데이터 수집 등을 할 수 있다”며 “드론 등 무인 이동체에 최적화된 일종의 소형 PC인 셈”이라고 말했다.
무지개연구소는 프로세서 외에도 플랫폼 ‘아리온’을 통해 AI 기반의 데이터 처리 프로그램 등 드론 운용 소프트웨어도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의 드론 플랫폼은 이달 초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AI 드론’ 영상을 올리고 기술 우수성을 직접 소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무지개연구소는 대한상의의 도움을 받아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의 규제 샌드박스 대상으로 지정, 부산·대구의 도심 비행 승인을 얻어냈다. 김 대표는 “드론이 두 도시의 상공을 날면서 도로 노면, 열 배관 점검 등 데이터 수집에 대한 실증시험을 하게 된다”며 “테스트는 이르면 오는 11월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지개연구소는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 외에도 국내 대기업 계열 수소기술 관련 업체 등과도 협업하고 있다. 미국 네바다주립대와 손잡고 드론을 이용해 현지 사막, 댐 등 취약지역을 감시·순찰하는 첫 해외 사업도 진행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된 상태다.
김 대표는 “기업·기관의 다양한 활용목적에 맞는 전장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해왔다”며 “국내 드론 시장이 단순 기체 제조산업은 점차 쇠락하고 서비스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점을 감안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경북대 전자공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군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다룬 장교 출신이다. 야전 부대 등에 첨단 시스템을 도입하는 운용장교로 근무하면서 전장 기술 등을 익힌 그는 전역 후 보안업체에서 화이트해커로 일하다 2015년 무지개연구소를 창업했다.
벤처가 성공하려면 대기업 협력이 필수라고 강조한 그는 “대기업의 인수합병(M&A)이나 투자는 벤처가 더 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며 “연구개발 외에 매출 등 회사 몸집과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현재 아리온 IMC보다 기능과 속도가 향상된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잡았다. 그는 “앞으로 드론을 넘어 자율주행차에도 도전할 것”이라며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곳에서 운용 가능한 무인 이동체의 핵심장치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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