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후 매달 상승 랠리를 거듭하던 한국 증시가 6개월 만에 상승장의 막을 내렸다.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과 막대한 유동성 공급은 코로나19 충격에 빠졌던 주식 시장을 가파른 반등 국면에 올려놓았지만 이제 본격적인 시험대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최근 거래가 급감하고 증시 대기자금이 줄어드는 추세는 국내 증시가 상승력 한계에 도달한 시그널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추석 연휴를 앞둔 마지막 거래일인 29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9.81포인트(0.86%) 오른 2,327.89로 장을 끝냈다. 전일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며 강세로 마감했던 뉴욕 증시에 힘입은 상승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다만 지난 9월1일(2,349.55)과 비교하면 약 1% 내려간 수준이다. 특히 월간 단위로 볼 때 월초 대비 하락으로 끝낸 것은 올 3월 이후 처음이다.
9월 주요국 증시는 내리막을 탔다. 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알파벳) 등 이른바 팡(FAANG)으로 대표되는 대형 기술주들의 과열 논란이 고조되는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지속적 유동성 공급에 대한 믿음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유럽의 코로나19 2차 대유행 조짐으로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에 균열이 간 것도 조정의 빌미를 제공했다. 결국 국내 주식시장도 이 같은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신중호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9월 중순 이후 글로벌 증시의 가격 조정이 본격화됐고 지수 수준이 연초 수준에 도달한 이후 탈팬데믹 전개과정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한국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 28일 기준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이달 초와 비교하면 약 5% 내려갔으며 나스닥 종합지수도 6.7% 하락했다. 중국의 상해종합지수 역시 약 5.6% 떨어졌다.
특히 ‘동학개미’의 ‘사자(buy)’ 행진은 지수 방어에 큰 힘이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유가증권시장에서만 5조166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올해 1월(4조4,830억원) 이후 9개월 연속 순매수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8,782억원, 4조1,352억원 순매도했다. 위안화·원화의 동반 강세로 외국인 복귀에 대한 기대가 나타났지만 신흥국에 대한 위축된 투자 심리는 아직 개선되지 않은 분위기다.
개미들은 낙폭이 컸던 성장주 위주로 사들였다. 대표적인 종목이 네이버와 카카오(035720)로 개인들은 이달 이들 종목을 각각 5,204억원, 4,662억원 순매수했다. 개인 순매수 1·3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동학개미’의 체력이 바닥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한다. 증시 거래대금 및 대기자금이 줄어드는 가운데 반대매매가 늘어나고 있어 증시 상승에 제한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코스피 일 평균 거래대금은 지난달 약 16조원에서 이달 들어 14조원으로 줄었고 이달 초 60조원을 넘어서던 투자자예탁금도 25일 기준 55조6,568억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23일 11%까지 상승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대형주 지수와 거래량은 8월 중순 이후 꾸준히 감소세”라며 “코스피 흐름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시장 에너지가 약화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했다. 반면 단기간 추세만 보고 시장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거래대금 및 신용융자 잔액 등을 지난해와 비교해보면 여전히 큰 수준이어서 우려를 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미 대선을 앞둔 다음 달 국내 증시는 큰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2000년 엘 고어와 조지 W 부시의 대선에서 재검표 논란 기간 미국 증시가 8% 넘게 하락했던 사례를 감안하면 11월 미 대선 이후 정치적 마찰이 격화되면 글로벌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며 “이를 준비하는 10월 시장은 결국 미 대선으로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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