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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정체불명 침입자”라는데…‘월북’ 단정한 해경

해경 ‘피격 공무원’ 중간 수사결과 발표

野 “해경 발표, 가설에 불과

부유물 명확한 실체도 몰라”

연평도 어업지도선에 남아 있던 실종 공무원 이모씨의 공무원증./연합뉴스




해양경찰이 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에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가 “월북한 것으로 보인다”는 중간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해경이 제시한 근거가 “정체불명의 침입자”라고 밝혔던 북의 발표와 확연하게 차이를 보이는데다 이씨에게 도박빚 2억 6,000만여원이 있었다는 사실까지 공개하면서 월북에 무게를 싣기 위한 발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해양경찰청은 이씨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군 당국으로부터 확인한 첩보자료와 표류예측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이같이 판단했다”고 밝혔다. 윤성현 해경청 수사정보국장은 “이씨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고 북측이 이씨의 신상정보를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던 점, 이씨가 월북 의사를 밝힌 정황도 확인했다”고 월북 근거를 설명했다. 해경은 표류예측 결과도 이씨의 월북 정황을 뒷받침한다고 봤다.

해경은 이씨가 인터넷도박으로 진 빚 2억6,800만여원을 포함해 총 3억3,000만원의 채무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해경 관계자는 “실종자의 금전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단순히 채무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월북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 “국방부의 협조를 얻어 파악한 자료 등을 토대로 월북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에 야당은 해양경찰청의 중간수사 발표가 가설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월북 증거로 제시된) 네 가지 중 하나인 신발은 월북 증거가 아니라고 국방부가 인정했고 구명조끼도 평소에 입었을 수 있다”며 “부유물은 명확한 실체를 모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월북 증거라고 하는) 네 가지 중 확실한 것은 하나, 북한군에서 오고 간 이야기”라며 “생사를 오가는 상황에서 (월북이라는) 피해자의 이야기를 액면 그대로 사실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굉장히 치졸하다”고 반박했다.

북한군의 총격을 받아 사망한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이모씨가 실종 직전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29일 무궁화 29호와 함께 묶인 채 목포 해안에 정착돼 있다. 해경은 두 배 사이에 끼어 있는 노란색 펜더 부이(빨간색 실선)를 활용해 이씨가 뗏목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관련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목포=연합뉴스


해양경찰이 북한에서 피살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47)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한 결정적 근거는 크게 네 가지다. 이씨가 발견된 위치와 구명조끼를 착용했던 점, 북측이 이미 이씨의 신상정보를 알고 있었고 이씨가 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 등이다. 하지만 해경의 수사 결과는 월북을 뒷받침할 만한 결정적 근거가 없다는 게 군사안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게다가 지난 25일 북한이 통일선전부 명의로 보내온 “정체불명 침입자”라는 내용과 확연한 차이가 있어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해경청은 21일 실종된 해수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씨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어제 수사관들이 국방부를 방문해 확인했다”며 “실종자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탈진한 상태로 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씨는 실종 당일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서 당직근무 당시 조타실에서는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다가 이후에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은 구명조끼를 착용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히 실족했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실종됐을 당시 단순 표류했다면 소연평도의 남서쪽으로 떠내려가야 하지만 실제로는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점도 중요한 판단 근거다. 해경이 국립해양조사원 등 국내 4개 기관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씨가 단순 표류했을 경우 소연평도를 중심으로 반시계방향으로 돌면서 남서쪽으로 떠내려가야 한다. 그러나 이씨는 소연평도에서 북서쪽 방향으로 38㎞ 떨어진 북한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발견돼 피격됐다.



윤성현 해경청 수사정보국장은 “표류 예측 결과와 실종자가 실제 발견된 위치는 상당한 거리 차이가 있었다”며 “인위적인 노력 없이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제 발견 위치까지 (단순히) 표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씨 본인만 알고 있는 이름·나이·고향 등 신상정보를 북측에서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던 점, 이씨가 북측에 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도 해경은 월북의 근거로 봤다.

해경이 공식적으로 월북 근거로 들지는 않았지만 이씨가 2억6,000만원대의 도박빚을 포함해 3억3,000만원의 채무가 있었던 점도 수사 결과 드러났다. 또 이씨가 실종 전에 탔던 어업지도선에서 발견된 슬리퍼는 이씨의 소유로 확인됐다. 윤 국장은 “3억3,000만원은 금융채무로 개인으로부터 빌린 돈은 1,000만원 미만인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해경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도 논란이 가라앉기는커녕 더 확산되는 모양새다. 우선 해경이 월북 근거로 제시한 핵심 부분이 25일 북측이 보내온 통지문 내용과 확연히 다르다. 해경은 이씨가 북측 해상에서 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앞서 북측은 이씨를 ‘정체불명 침입자’ ‘불법침입자’라고 설명했다. 또 해경은 이씨의 신상정보를 소상히 파악했다고 했지만 북측은 “신분 확인을 요구했으나 처음에는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해경은 이씨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고 발표했는데 북한은 구명조끼 착용 여부는 언급하지 않고 이씨가 ‘부유물’을 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경의 발표처럼 이씨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면 피격된 후에도 해상에 떠 있어야 한다.

공무원 신분인데다 자녀도 2명이나 있는 40대 후반인 이씨가 38㎞에 달하는 바닷길을 부유물 하나에만 의존한 채 자력으로 헤엄쳐 월북했다는 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해경 측은 “실종자가 장거리를 갈 수 있느냐를 판단할 때 당시 파도, 수온, 실종자 건강상태, 수영 실력, 부력재나 구명조끼 착용 여부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다”며 “건강상태가 일정 상황이 되고 부력재·구명조끼를 착용하면 이동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고 반박했다.

군사안보 전문가들은 월북 근거를 뒷받침할 더욱 결정적인 자료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월북 근거자료는 대부분 국방부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국방부가 첩보를 꿰맞추는 과정에서 추정에 불과한 정황을 마치 눈으로 본 것처럼 단정해서 발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며 “좀 더 확실한 월북 정황 근거나 자료를 군뿐만 아니라 해경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경 관계자는 “금전관계를 제외하고는 인간관계나 동료 관계에서 별다른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이런 사실만으로 월북을) 단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월북 가능성은 계속 수사해야 한다”며 “다만 현재까지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수사한 것에 따르면 월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한동훈·박진용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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