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9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무대에서 미국과 한국을 향한 이렇다할 메시지를 내놓지 않은 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관련한 방역 조치를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
북한은 정상들의 사전녹화 영상 연설을 보낸 대부분의 나라와 달리 일반토의 마지막날인 이날 김성 유엔주재 대사의 현장 연설로 대신했다. 이번 연설은 미국 대선을 한 달여 남겨둔 시점이자 서해 공무원 총격 피살 사건 직후에 이뤄져 관련 언급을 내놓을지 주목됐다. 김 대사는 그러나 10분간의 연설에서 이러한 현안은 물론 아예 한국과 미국의 이름을 한 번도 입에 담지 않았다.
김 대사는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한 첨단 무장 장비들이 조선반도에 끊임없이 투입되고, 각종 핵 타격 수단들이 우리를 직접 겨냥하고 있는 것이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오늘의 현실”이라면서도 그 주체를 거론해 책임론을 부각하진 않았다. 다만 김 대사는 “오직 전쟁 그 자체를 억제할 수 있는 절대적 힘을 가질 때에만 진정한 평화가 수호될 수 있다”며 ‘자력갱생’을 여러 차례 강조, 미국의 대통령이 누가 되든 저자세로 협상에만 매달리지 않겠다는 의사를 거듭 확인했다.
김 대사는 특히 “경제건설에 유리한 대외적 환경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화려한 변신을 바라며 목숨처럼 지켜온 존엄을 팔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이어 “어느 한 개별적인 나라가 자기 의사를 일방적으로 국제 정세를 좌지우지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며 미국을 겨냥한 간접 비판은 잊지 않았다.
한국 정부와 관련해서는 “우리 면전에서 온갖 형태의 반공화국 적대 행위들이 그치지 않고 있다”는 정도의 표현 외엔 이렇다 할 언급도 하지 않아 공무원 사살 사건 이후 발언 수위를 조절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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