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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쏙야쏙]이낙연의 '말'·이재명의 '말'·..'품격'과 '응전'의 승부수

■송종호의 여쏙야쏙

도덕성 족쇄 벗어버린 '사이다' 이재명 추진력

'막말' 싫어하는 이낙연의 '실용적 진보주의'

추석 이후 당심·민심 다 잡는 방향타 예의주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7월 경기도청에서 만나 간담회를 갖고 있다./연합뉴스




“당에 들어와서 경선 치르기는 자신도 없는 것들이...”

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07년 12월 초.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와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단일화를 위해 팬클럽 회원들이 비밀리에 서울 여의도에서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기존 정치인들과 달리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순수한 열정만으로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키겠다는 그 자리에서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정통들)’을 대표한 협상자는 상대인 ‘문함대(문국현과 함께 하는 대한사람들)’회원에게 꾸짓듯 쏘아붙였습니다. 문함대 회원은 ‘밀당’을 하기도 전에 예의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자리라며 얼굴을 붉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치인 팬클럽 간 에피소드다 보니 정가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지난 이야기에 불과합니다만 ‘정통’의 협상자가 다름 아닌 이재명 경기도지사입니다.

2017년 2월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촉구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이다’ 발언으로 대중의 관심과 지지를 끌어올리는 이 지사는 무명이던 당시에도 역시 ‘센’분이었던 겁니다. 오히려 순수함만을 가지고 협상을 하겠다고 나선 문함대가 순진한 것은 아니었나 싶습니다. 정통의 대표를 맡았던 이 지사의 옛 이야기를 전해 드린 것은 이 지사의 타고난 ‘수사’를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천부적으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등장하는 ‘사자와 여우’를 선택적으로 능수능란하게 선택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나 강한 사자의 정치인으로서 또는 간교한 여우처럼 강약을 조절하며 사람의 감정선을 쥐락펴락하는 데 타고난 정치인입니다. “역사는 기득권자가 아니라 변방의 아웃사이더와 민중이 만드는 것(2017년4월5일 이재명 캠프 해단식)” 이랄지 “청산돼야 마땅한 적폐세력의 어부지리를 허용함으로써 서울시정을 후퇴시키고 적폐귀환 허용의 결과를 초래한다면 현실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낫다(2020년 7월22일 페이스북)” 등 통상의 정치인들과는 다른 단어와 문장을 구사합니다. “우리가 진정한 민주공화국으로 나아가려면 친일과 독재, 부패와 반통일 세력을 한번은 꼭 쓸어버려야 할 것이다(2015년 6월 폴리뉴스 인터뷰)”도 이 지사에 열광하는 지지자들의 감정선을 자극하는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즉,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민주정부를 거쳐도 힘에 겨운 이른바 ‘주류교체’를 이 지사는 꼭 해낼 것이라는 기대가 지지율로 반영되는 셈입니다.

아울러 거칠게 살아온 삶은 그의 도덕성에 족쇄를 채우기도 했지만 선거법 재판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 환송 판결과 여배우 스캔들 건도 무죄를 받았습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상황에서 그는 선명성과 추진력을 갖춘 리더십을 증명했습니다. 압도적인 여권 대선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지지율 역전이 시작된 것은 사자처럼 강한 ‘말’에 여우처럼 총명한 ‘추진력’이 동시 작용했기에 가능했습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결정 앞으로 1년..추석 민심 예의주시
반면 이낙연 대표의 지지율은 주춤합니다. 지난 29일 오마이뉴스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21∼25일 전국 성인 2,55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표 선호도는 지난달보다 2.1%포인트 내린 22.5%를 기록했습니다. 5개월 연속 하락세입니다. 이 지사는 21.4%로 집계돼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춤한 지지율에 강한 발언을 내놓을 만도 하지만 이 대표는 늘 엄중하고 신중합니다. 2000년, 2004년 새천년민주당, 2008년 통합민주당, 2012년 민주통합당 의원,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전남도지사에 그리고 2020년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다시 국회에 입성했습니다. 5번의 총선과 1번의 도지사 선거 모두 당선되는 동안 2003년 열린우리당에 참여하지 않았던 점도 신중한 그의 성격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2012년 대통령 선거 패배 뒤 이 대표는 “유권자의 정치 성향이 세분화하고 있다”며 정치적 주장에 동의해도 생활에 미치는 변화는 거부하는 ‘생활 보수’, 진보적 가치를 중시하면서도 막말이나 극단적 접근은 싫어하는 ‘태도 보수’를 언급합니다. “민주주의, 인권, 복지 같은 진보적 가치를 충분히 중시하지만, 막말이나 거친 태도, 과격하고 극단적인 접근을 싫어하는 성향을 ‘태도보수’라고 말한다 지난 대선에서도 민주당이 ‘태도보수’의 유탄을 맞지는 않았을까” 이 대표의 이 발언을 문재인 대통령이 2013년 <1219 끝이 시작이다>라는 책에서 다시 인용하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난 4월 서울 종로 국회의원 후보였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혜화동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 스스로도 ‘실용적 진보주의’라고 정의한 바도 있습니다. 2019년 1월 총리실 출입기자 간과 송년 만찬 간담회에서 그는 “실용적 진보주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진보라는 건 앞으로 한걸음이라도 나아가는 것이고, 실용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 이유는 늘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결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추구하는 가치가 중요한 만큼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실용을 포기하면 안 된다”며 “해법을 찾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제가 하고 싶고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이 대표는 “국민이 갈증을 느끼는 것은 정치의 품격, 신뢰감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제가 다시 돌아갈 그곳이 정글 같은 곳이지만 국민께서 신망을 보내주신 그런 정치를 견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결정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에서 이번 추석민심은 향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큰 방향타가 될 게 분명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승부수는 이미 던져졌습니다. ‘품격’의 이낙연 대표와 ‘응전’의 이재명 지사. 민심과 당심의 결정이 추석 이후에 요동칠지 두고 볼 일입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여쏙야쏙’은 여당과 야당 ‘속’ 사정을 ‘쏙쏙’ 알기 쉽게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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