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에게 신속히 위로전을 보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코로나19 사태 후 영국, 브라질 등 각국 정상들이 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김 위원장이 위로전을 발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이 중단된 북미 대화를 복원하는 데 효율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식’ 스타일을 선호하기 때문에 11월 대선에서 그의 재선을 바라는 메시지를 담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소식이 알려진 지 하루만인 이날 오전 7시께 김 위원장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위로 전문을 보낸 사실을 공개했다.
200자 원고지 한 장 분량의 짧은 분량이지만 “나는 당신과 당신의 가족에게 위문을 표합니다” “나는 당신과 영부인이 하루빨리 완쾌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당신은 반드시 이겨낼 것” 라는 등 명확하고 간결한 내용으로 진심 어린 마음을 표현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후에도 북미 관계를 관리해나가겠다는 의지를 위로전에 담았다. 김 위원장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상향식 접근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식 대화를 선호하기 때문에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 등으로 쌓아온 친분을 강조하며 재선을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정상 간 통 큰 결정을 바라는 북한 입장에서는 트럼프의 재선을 바랄 수밖에 없다”며 “친서를 통해 북미 관계 파탄을 막는 마지막 보루로 작용해온 정상 간 친분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이후 북미 관계가 급진전하길 바란다는 메시지가 강력히 깔려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은 지속한다는 기조 속에 외형상으로는 위로 서신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트럼프 재선을 바란다는 것을 강력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미국 대선 당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악재로 작용할 군사적 도발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오는 10일 예정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북한이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전략무기 일부를 공개하더라도 미국이 ‘레드라인’으로 간주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한다.
북한군의 실종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상국가를 추구하는 김 위원장이 반인도주의적 국가라는 이미지를 털어내기 위해 위로 편지를 발송했다는 것이다.
박원곤 교수는 “미국인들의 시각에서 공무원 사살 사건은 북한에 억류됐다가 미국으로 송환 직후 숨진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을 연상케 한다”며 “김 위원장은 당시에도 발 빠르게 남측에 사과를 전했고, 이번에는 외국 정상의 불행을 위로함으로써 북미 관계를 고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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