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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주치의는 "아주 좋다"지만 지친 기색…확진 시점도 의문

■ 엇갈리는 건강 상태에 혼란 가중

의료진-비서실 혼선 커지자

트럼프가 직접 동영상 올려

주치의, 발열상태 등 답변 회피

확진도 "1일이 맞다" 뒷북 해명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월터 리드 군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전용헬기 마린원에서 하차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놓고 백악관 내부에서 엇갈린 평가가 나오며 혼란이 커지고 있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직접 동영상을 통해 건재함 알리기에 나섰지만 그의 건강상태에 대한 의문은 이어지는 상황이다. 미국 대통령의 건강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로 미 행정부의 기능뿐만 아니라 세계 정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백악관의 대응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4분 분량의 동영상을 통해 “여기 왔을 때 몸이 안 좋다고 느꼈지만 좋아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며칠간 진정한 시험이 될 것으로 본다”면서 “앞으로 며칠 동안 어떻게 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새벽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같은 날 저녁 월터 리드 군병원에 입원했다.

이날 영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넥타이를 하지 않은 정장 차림으로 탁자에 두 팔을 올린 채 앉아 있는 모습으로 등장했으며 지친 기색을 보였다고 로이터통신은 평가했다. 촬영 장소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병실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목소리가 다소 쉰 것으로 들렸으나 겉모습으로는 좋은 상태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숀 콘리 대통령 주치의도 이날 저녁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에게 보낸 문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저녁 합병증 없이 렘데시비르 두번째 투약을 끝마쳤다”면서 “확진 이후 점차 호전되며 잘 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보도했다. 콘리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열이 없고 산소 공급도 받지 않는 상태”라면서 “오후 시간 대부분을 업무 수행에 보냈다”고 전했다. 다만 콘리는 “아직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라며 상황을 주시하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영상은 앞서 미 언론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입원 전 백악관에서 산소호흡기를 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잇따라 보도한 직후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론을 의식해 동영상을 촬영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트럼프는 동영상에서 가벼운 농담까지 하면서 평소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려 했다. 그는 같은 날 확진된 부인 멜라니아에 대해 “매우 잘 지내고 있다”면서 멜라니아가 “살짝 어리기는 하다”고 말했다. 멜라니아는 실제로는 트럼프 대통령보다 24살 어리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행정부 고위 관료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의 발언이 보도된 것에 대해 화를 냈으며 보좌진에게 자신의 상태를 낙관적으로 표현해 국민들을 안심시킬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AP통신은 메도스 비서실장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확진 당일 아주 우려스러운 수준이었고 향후 48시간이 관건”이라고 전했다. CNN방송도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활력징후(바이탈사인)가 지난 24시간 동안 아주 우려스러웠고 산소호흡기를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미 언론들은 콘리 주치의 등 의료진이 3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가 “아주 좋다”고 밝힌 데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트럼프가 고령이라는 점이나 그의 과거 병력 등을 감안하면 안심하기에 이르다는 지적이다. 또 콘리 주치의가 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산소호흡기를 쓴 적이 있는지, 최근 얼마나 열이 올랐는지 등에 대한 거듭된 질문에 답변을 피했고 코로나19 확진 시점과 관련해 말을 바꾼 데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콘리 주치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진단을 받은 지 72시간이 됐다고 말해 공개된 것보다 빨리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인지 의문을 낳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확진 사실을 공개한 것은 2일 새벽으로 콘리의 회견 시점에서는 36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콘리 주치의는 이후 보도자료를 내고 말을 잘못한 것이라면서 “대통령의 코로나19 첫 진단은 1일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WP는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상태와 코로나19 발병 시점 등을 놓고 아주 놀라울 정도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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