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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옥 칼럼] “실천은 진리를 검증하는 유일한 수단”

성균관대 교수·정치외교학

확 앞당겨진 비대면시대 대비위해

블록체인·빅데이터 등 신기술 결합

中, 원격의료 분야서 혁혁한 성과

실험조차 못하는 한국과 너무 달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비대면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모든 국가는 앞다퉈 뉴딜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재정을 투입하고 있고 글로벌 기업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며 절박한 비대면 시대의 생존게임을 시작했다. 대면에 익숙했던 대학도 완전히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캠퍼스를 재배치하고 인문학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디지털 사회주의가 만든 동원과 통제를 최적화해 비대면 시대의 모든 가능성을 실험 중이다. 실제로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낸 빅데이터, ‘지갑 없는 시대’를 먼저 열었던 디지털 인프라를 통해 코로나19 위기국면을 가장 먼저 탈출했다. 이러한 중국식 비대면 시대를 작동하게 하는 힘은 바로 ‘원격’의 실험에서 나왔다.

우선 원격오피스다. 지난 2003년 사스, 2019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조합해 ‘일과 가정’을 조화시키는 새로운 생활세계를 실험 중이며 나아가 사회적 유동성을 최대한 줄이면서 스마트 도시의 가능성도 적극적으로 타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노동과 조업 재개 등 맞춤형 정책지원으로 호응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올해 중국의 원격오피스 시장 규모는 448억위안(약 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바이러스가 삶의 지형을 바꾸는 상황에서 건강과 의료격차 해소에 대한 열망은 원격의료를 불러들였다. 이미 무인차량이 구급약품과 의료기기를 실어 날랐고 인터넷과 의료를 결합한 수많은 의료형태가 생겨났다. 어느 온라인 진료사이트 가입자는 1억명을 넘어섰고 여기서 만들어진 문진의 빅데이터는 다시 의료벤처산업을 부흥시키고 있으며 의료시장도 진료·쇼핑몰·건강관리·의료학술·보험 등으로 세분화됐다. 중국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를 만들어 실험을 독려한 것은 물론이다. 중국 인터넷 의료산업의 성장률은 연간 41.7%, 시장 규모는 2,000억위안에 달한다. 물론 진료의 질과 안전, 진단과 치료의 연결망, 수익모델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실험 후 확산’ 추세 자체를 돌려세우지는 못하고 있다.



여기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물류와 결합하면서 새로운 시너지를 내고 있다. ‘돈을 벌려면 길을 먼저 내야 한다’는 오랜 중국속담이 있다. 촘촘하게 수집된 빅데이터 덕에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예측해 동네 물류창고에 쌓아놓을 수 있었고 하루에 6억건 이상의 배송이 이뤄지는 길을 열었다. 과거에 상상할 수 있는 배송장소가 문 앞, 경비실, 프런트 데스크였다면 지금 중국의 도심빌딩 앞에는 대형 음식배달 스마트 캐비닛이 등장했고 명품 아파트에는 온장고와 냉장고를 겸한 개별우편함이 만들어지고 있다. 또 모든 배송업체들은 상업용 드론과 무인자동차를 이용한 무인배송을 실험 중이다. 물론 아무도 수령하지 않은 소포가 배달되고 진입장벽에 따른 시행착오도 겪는다. 그러나 기업은 비대면 배송서비스 규정, 국제적 가이드라인을 통한 ISO 국제인증을 통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기업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 ‘손에 잡히는 혁신’을 하고 있고 중국 지도부도 빅데이터·블록체인·디지털사회에 대한 집중학습에 들어갔다. 지방정부도 “인공지능·인터넷·빅데이터·블록체인의 기술을 현대적 생산제조, 금융, 문화산업, 교육과 유통과 결합해 온라인 금융서비스의 최적화, 비대면 배송의 가속화, 원격오피스를 보급해야 한다”는 비상행동선언을 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원격의료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견고한 벽, 이익집단의 힘에 밀려 실험공간이 좀처럼 확보되지 않고 있다. 다양한 코로나바이러스가 시간을 정하지 않고 생활세계에 침투할 것이라는 점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다시 “실천은 진리를 검증하는 유일한 수단”이라던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을 호명하고 있다. 다가온 비대면 시대를 살 수 있도록 실험을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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