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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그 어느 때보다 고요했던 광화문광장

한민구 사회부 기자





개천절 당일 광화문광장은 그 어느 때보다 고요했다. 광장 주변 인도는 펜스로 채워졌고 차벽은 한 뼘 남짓한 간격으로 줄 세워져 광장 안팎을 분리했다. 세종대로 밖으로 나서니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경찰과 시민 간 대치로 소란의 연속이었다. 태극기를 든 노인은 “1인 시위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고 외쳤고 또 다른 시민은 “문재인 정부에 불만이 있는 사람은 광화문광장을 사용할 수 없느냐”고 소리쳤다. 건너편 차도에는 ‘4·15부정선거’ 깃발을 단 차량이 세종대로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광장만 봉쇄됐을 뿐 경찰과 시민이 한데 뒤섞인 현장은 곳곳에서 포착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보수단체가 대규모 대면 집회를 강행한 일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지난 광복절집회처럼 개천절집회가 코로나19의 뇌관으로 작용했다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역을 위해 그동안 쌓아 올린 수많은 헌법적 가치는 무너져야 했다. 통행권과 집회시위의 자유는 사라졌고 차벽은 5년 만에 다시 광장을 둘러 쌓았다.



경찰은 이번 대응에 대해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으나 보수단체들이 집회방식을 다각화하면서 그 근거는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한글날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8·15 시민참가자비상대책위원회는 이번에는 2m 간격으로 떨어진 의자에 앉고 질서유지 요원 102명을 배치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집회가 계획된 대로 진행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단순 우려만으로 금지한다면 정부는 다시금 ‘집회 사전 허가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방역과 광장 모두를 지킬 방법을 고심할 때다. 정부는 무작정 광장 밖으로 시민을 밀어내며 ‘눈 가리기 방역’을 하기보다는 안전한 집회 개최를 위해 힘써야 한다. 보수단체 또한 보수의 가치인 ‘원칙과 신뢰’를 다시 세워 광복절집회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편이 방역에도 광장에도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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