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게임’을 표방한 15세 이용가 모바일 게임이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묘사하는 부적절한 일러스트와 대사로 비판받고 있다. 해당 게임 개발사는 논란 끝에 게임 이용등급을 성인 대상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역시 근본적인 대책이라고는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인프라웨어 자회사 아이앤브이게임즈가 지난달 출시한 모바일 게임 ‘아이들프린세스’가 여아를 성적 대상화하는 게임으로 드러나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대응에 나섰다.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아빠’가 되어 딸 ‘오를레아’와 함께 오염된 세상을 정화한다는 설정의 방치형 RPG(롤플레잉 게임)이다. 인기 아이돌그룹 멤버가 “딸을 키워보라”고 홍보하는 광고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게임은 구글과 원스토어에서는 15세,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12세 등급을 받아 다운로드되고 있다.
하지만 광고와 달리 게임 내부에서는 여아를 부적절하게 묘사하는 일러스트와 대사가 다수 발견된다. 플레이어가 여자 아이로 보이는 캐릭터를 터치하면 “만지고 싶어? 잠깐이라면 괜찮아” 같은 대사가 노출된다. 어린 아이가 신체를 드러내고 성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일러스트도 다수 등장한다.
이에 게임위는 당초 12·15세 이용가로 배포됐던 게임을 사후 모니터링 대상에 올리고 등급 재분류에 나섰다. 현재 99%에 가까운 대다수 모바일 게임은 자체등급분류를 통해 출시되고 있다. 사후 점검에서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되면 청소년 이용불가로 이용등급을 재분류하는 식이다. 게임위 관계자는 “아이들프린세스는 사후 모니터링 대상으로 분류돼 조속히 심의를 거칠 예정”이라며 “등급 유지, 재분류 또는 분류 거부 통보를 통해 게임 내용 수정을 권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판이 커지자 이해석 아이앤브이게임즈 대표는 지난 5일 입장문을 통해 “게임 설정 및 일부 캐릭터 묘사에 불쾌감을 느낀 유저분들께 고개 숙여 죄송하다”며 “게임 사용 등급을 7일부터 18세로 수정해 서비스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성인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더라도 콘텐츠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는 광고나 모바일게임 관련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에는 유스티스사의 모바일 게임 ‘언리쉬드’가 어린이날 기념 이벤트라며 아동 캐릭터를 선정적으로 묘사한 일러스트를 공개했다 뭇매를 맞았다.
업계에서는 자율규제 하에서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면서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한 상황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게임위 내부 가이드라인에는 아동을 성적 대상화한 게임을 유통 불가능한 게임 콘텐츠로 분류하는 기준이 없다.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매기는 것 외에 부적절한 게임 내용에 대해서는 사실상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 개발사가 “캐릭터 설정상 정령이라 나이가 많다”고 주장하는 등 콘텐츠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모호한 문제도 있다.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 근거해 처벌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아청법은 아동으로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이 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접촉·노출해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를 ‘성착취물’로 규정한다. 이 조항이 적용되면 제작사와 게임을 유통한 앱 마켓 모두 처벌 대상이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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