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이 첫 방송부터 완벽 반전 통수 엔딩으로 시청자들을 유쾌한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상위 1% 사기꾼 김효진에게 제대로 당한 생활형 사기꾼 서현의 복수 다큐가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지 기대를 증폭시켰다.
지난 7일 첫 방송된 JTBC 새 수목드라마 ‘사생활’(극본 유성열/연출 남건)은 닐슨코리아 기준 전국 유료 시청률 2.5%를 기록했다.
이날 방송은 2010년 고등학생 차주은(서현)의 이야기로 시작됐다. 미리 점 찍은 음주운전 차량에 고의적으로 딸을 밀어 합의금을 받아내고도, 사기를 그저 “부의 재분배를 위한 다큐”라고 당당히 주장하는 차현태(박성근)와 김미숙(송선미)을 부모로 둔 주은. 똥을 된장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빼어난 외모에 뛰어난 연기력까지, 미숙의 말대로 그는 타고난 ‘다큐 배우’였지만, 주은의 소망은 그저 평범한 대학생으로 사는 것. 하지만 4년제 대학에 합격하고도, “대한민국은 공부든 뭐든 상위 1%만 살아남는 세상, 나머지는 다 들러리”라며 축하는 커녕 괜한 학비만 날린다는 엄마의 타박만 날아왔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입학,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는가 싶었지만, 이번에는 아빠가 대형사고를 치고 말았다.
현태는 “본명은 오리무중, 이 바닥에서 나름 훌륭한 꾼”으로 유명한 정복기(김효진)와 파트너 김재욱(김영민)이 설계한 다큐에 ‘캐스팅’됐다. 그리고 SNS 스타 목사로 위장, 대형 교회로 들어가 성금은 물론이고 ‘꿈의 성전’을 짓는다는 빌미로 수백억의 투자금을 받는데 성공했다. 문제는 현태 본인도 복기의 설계에 말려들어 전 재산을 투자했다는 것. 그렇게 현태는 빈털터리가 된 채, 경찰에 검거됐지만, 성공적으로 다큐를 개봉한 복기는 거액의 흥행 수익을 올리고 해외로 도주했다. 현태에게는 1억을 남겼다. 그가 딸의 미래를 위해 입을 닫고 모든 책임을 지고 옥살이를 하는 대가였다.
그렇게 주은은 복기에게 속절없이 “다큐 소재로 마취 당한” 아빠를 위한 복수를 결심했다. 복기의 한국 컴백을 기다리며 미숙의 사기 동료 한손(태원석)에게 ‘연기 지도’를 받아 본격적으로 프로 사기꾼의 길로 들어섰다. 그렇게 변장의 귀재로 거듭났고, 몇 년간을 달리며 지쳐갈 때쯤, 우연히 천연덕스럽게 쇼핑중인 복기를 발견했다. 잠시 쉬려 했던 그녀의 눈이 다시 반짝이며, 오랫동안 칼을 갈았던 복수의 서막이 오른 순간이었다.
복기는 버젓이 한국에서 의료기기 다단계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주은은 그 회사에 위장 취업했고, 자금을 관리하는 복기의 측근 박총무(한규원)에게 ‘커미션 브로커’인 척 접근했다. 그리고 주거래 은행 변경을 유도하는 주은의 미모와 뇌물로 받은 ‘골드바’에 눈이 먼 박총무는 미끼를 물었다. 주은의 설계에 한손과 미숙까지 힘을 보태 가짜 은행 지점을 만들었고, 결국 박총무가 계좌를 바꿨다. 복기 회사의 모든 자본금이 모이는 계좌가 주은의 손에 들어간 것이다.
이제 “복기가 엉엉 우는 꼴”을 보는 순간만을 기다리던 주은에게 인생 최대의 위기가 닥쳤다. 복기가 이 사실로 주은만 따로 불러 대뜸 “타깃이 난가? 아빠 복수를 하기 위해 적진으로 뛰어든 뭐 그런 거?”라며 이미 주은의 계획을 간파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린 것. “내가 차목사님 무남독녀도 몰라볼 줄 알았어요?”라고 쐐기를 박는 복기의 얼굴엔 우아한 여유와 무시무시한 냉철함이 공존했고, 주은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완벽한 뒤통수로 완성된 반전 엔딩이었다.
이날 방송은 스타일리시한 영상 속에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쾌속 전개로 시청자들이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몰입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특히 교도소에서 출소한 주은의 현재 시점에서 그려진 “복수 같은 거 한다고 좋은 세월 다 보내게”란 한손의 조언이 떡밥으로 투척되면서, 주은의 복수 다큐 실패가 교도소행으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오프닝씬을 장식한 “우리는 사생활을 공유하고, 때론 훔치고, 또는 사익을 위해 사람들의 사생활을 수집하고 분석하고 이용하는, 대한민국은 지금 사생활 공유의 시대이자, 사생활 전쟁의 시대다”란 내레이션은 앞으로 이들 꾼들의 전쟁이 나아갈 방향을 암시, 흥미를 자극했다.
사기 전쟁의 포문을 연 서현과 김효진의 화려한 꾼 플레이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강탈한 핵심 포인트였다. 자해 공갈 다큐를 시작으로 스튜어디스, 박사, 아르바이트생, 비행기장, 택시기사, 일본 사생팬에 섹시한 브로커까지, 서현은 다양 그 이상의 캐릭터 변신으로 ‘보는 맛’을 선사했다. 그간 배우 서현에게서 상상할 수 없었던 파격 변신은 이날 시청자들이 느낀 또 다른 ‘통수잼’ 중 하나였다. 김효진은 오랜만만의 안방극장 컴백이 복귀가 무색한 자유자재 변신을 선보였다. 뛰어난 언변과 즉흥적으로 대응하는 상황에서도 낯빛 하나 변하지 않는 여유는 김효진만의 우아한 아우라를 만나 시너지를 폭발시켰다.
/추승현기자 chush@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