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해외칼럼] 빚쟁이 트럼프와 우리의 미래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조세회피로 시민 공분시킨 트럼프

수억달러 개인부채 의혹도 사실로

성공신화 사기극·무능·무지 들통

부정개입 위험 큰 인물에 美 맡긴셈

선거불복 협박까지... 앞날 두려울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세금보고에 관한 뉴욕타임스(NYT)의 충격적 보도는 언론의 눈부신 개가였다. NYT 특별취재팀이 특히 칭찬받아 마땅한 것은 복잡하고 까다로운 문건을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에 대한 수많은 폭로처럼 세금뉴스도 ‘충격적이지만 놀랍지 않은’ 것이다. 이미 많은 이들은 트럼프가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았고 그가 떠벌리는 비즈니스 성공신화는 소설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들의 모든 주장은 사실로 확인됐다. 이것이 미국의 미래에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트럼프의 세금보고서 관련 기사를 보고 많은 사람은 그가 세금으로 단 ‘750달러’를 냈다는 사실에 주목했을 것이다. 억만장자라는 그가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수천만명의 근로계층 미국인들보다 훨씬 적은 액수의 세금을 납부했다는 사실은 공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조 바이든의 선거 대책팀이 기다렸다는 듯 트럼프의 세금보고를 주제로 한 광고를 제작해 내보낸 이유다.

하지만 트럼프의 조세회피는 이미 많은 사람이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의심, 즉 그가 자신에게 덧씌운 성공한 사업가 이미지가 가짜뉴스였음이 확인된 데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실제로 트럼프의 사업 경영은 엉망이었다.

왜 이게 문제가 될까. 유권자들은 효과적으로 사업을 꾸려온 경제계 지도자들이 국가를 운영하기에 충분한 수완과 경륜을 지녔다고 믿는다. 하지만 틀린 얘기다. 예를 들어 31대 대통령을 지낸 허버트 후버는 자타가 공인하는 탁월한 비즈니스맨이었지만 경제정책을 비롯한 공공정책에 한없이 서툴렀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수완과 국가를 경영하는 역량은 차원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는 출중한 사업가가 아니다. 단지 TV에서 그럴듯한 연기를 했을 뿐이다. 그가 정책입안과 시행과정에서 일관된 무능과 무지를 드러낸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외교에서 사회기반시설 구축, 무역전쟁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대응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에서 그는 역주행했다.



트럼프의 성공신화가 사기극이라는 폭로가 그에게 얼마나 큰 타격을 줄까. 그의 지지자 중 상당수는 그들이 완전히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 아마도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뉴스의 파장이 그다지 크지 않으리라 가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냉소적인 예측이다.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에게 뒤진 트럼프는 단순히 지지기반을 지키는 것 이상의 일을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세금뉴스는 부동표를 잡는 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NYT 기사에 담긴 가장 중요한 폭로는 많은 이들이 의심하던 또 하나의 사실, 즉 그가 수억달러의 개인부채를 짊어지고 있다는 의혹에 대한 ‘사실확인’이었다. 그에게 채무변제력이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정부의 주요 공직을 채울 때마다 후보들의 개인적 재정문제는 늘 위험을 알리는 경고음이었다. 부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 최고 법집행자이자 안보책임자가 빚더미 위에 앉아 있다는 사실은 소름을 돋게 한다.

기업금융분석 전문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부채가 파산위험을 불러오고 파괴적인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공식을 알고 있었다. 부채의 늪에 빠진 기업의 오너들은 미래에 투자하는 대신 채권자들보다 한발 앞선 회사 ‘자산수탈(asset stripping)’로 돈을 챙기려는 유혹을 받는다. 자산수탈이란 재정위기에 처한 회사의 자산을 수익이 되는 대로 팔아치우는 행위를 뜻한다. 시어스의 전 최고경영자(CEO) 에디 램퍼트와 스티븐 므누신 현 재무장관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빚에 발목 잡힌 기업 오너들은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절박한 마음에 승산이 별로 없는 위험까지 감수하려 든다. 운이 따라준다면 기사회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회생에 실패한다고 해도 실제로 손해를 보는 쪽은 채권자들이다.

지금 우리는 부정행위에 개입할 만한 요인을 두루 갖춘 빚쟁이 기업 오너에게 미합중국의 경영을 맡겨놓았다. 그러나 그는 재정 방어벽을 제공해줄 특별한 지위를 잃어버릴 위기에 처해 있다.

이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생각해보라. 여기에 보태 트럼프가 실체 없는 투표 사기에 불만을 터트리며 4년 전 국민투표에서 힐러리 클린턴에게 뒤진 사실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선거에 패할 경우 결과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힌 점 역시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투표일까지 남은 단 몇 주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저 두려울 뿐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