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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엔 ICBM, 다른 손엔 유화책 든 北의 속셈은?

■노동당 창건 75주년, 사거리·중량 늘린 다탄두 ICBM 공개

5년만에 육성 연설 김정은 “군사력이 누구 겨냥, 원치 않아”

기존 화성-15형도 美 본토 타격 가능한데 새 무기 공개해

美 대선 뒤 협상 안나오면 “신형 미사일 발사” 가능성 제기

트럼프 협상채널 유지 위해 “구체적 행동은 미뤘다” 분석

“사랑하는 南동포” 언급, 공무원 피격 여론 달래는 모습도

북한이 지난 10일 당창건 75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진행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공개되자 김정은(가운데) 위원장이 리병철(왼쪽)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박정천 군 참모장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노동신문=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신형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다.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5년 이후 5년 만에 열병식 연설에 나서 “어떤 세력이든 우리를 겨냥해 군사력을 사용하려 든다면 나는 우리의 가장 강력한 공격적인 힘을 선제적으로 총동원해 응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우리 군사력이 그 누구를 겨냥하게 되는 것을 결코 원치 않는다”면서 “우리 스스로를 지키자고 키우는 것뿐이다. 자위적 정당방위 수단으로서 전쟁억제력을 계속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남측에는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게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 하루 빨리 보건(코로나19) 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열병식은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렸고 열병식 마지막 순서에 신형 ICBM이 모습을 드러냈다. ICBM은 11축 22륜의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려 공개됐다. 북한이 마지막으로 개발한 ICBM인 화성-15형이 9축 18륜 TEL에 실려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에 공개된 ICBM의 길이가 더 길어진 만큼 사거리 역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다. 조선중앙TV가 보도한 화면을 보면 신형 ICBM은 화성-15형보다 미사일 길이가 길어지고 직경도 굵어졌다. 바퀴 22개가 달린 이동식발사차량(TEL)가 신형 ICBM을 싣고 등장했다./연합뉴스=조선중앙TV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개한 배경에는 미국 대선 이후 재가동될 북미협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대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어떤 대통령이 협상장에 나타나더라도 ‘미국 본토 타격’이라는 카드를 쥐고 제재 완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로 진단했다.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쟁 억제력이 선제적으로 쓰이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데는 ‘친서 외교’로 관계를 다져놓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협상 채널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11일 북한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신형 ICBM을 공개한 데 대해 “북한이 주장한 발전권과 생존권에 대한 요구를 미국이 수용할 경우 대화를 충분히 해나갈 수 있지만 이를 거부하면 미국을 충분히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기존의 화성-15형도 미국 본토를 사정거리에 두고 있기 때문에 굳이 더 큰 미사일을 보여줄 필요가 없었다”며 “미국을 위협하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짚었다. 이는 북한이 지난해 10월 스톡홀름 실무회담에서 ‘생존권’과 ‘발전권’을 주장하며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했지만 이것이 ‘노딜’로 끝난 상황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번 연설에서도 “가혹하고 상기적인 제재 때문에 모든 것이 부족한 속”이라면서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미국에 입장 변화를 가져오라고 우회적으로 말하고 있다”며 “바뀐 입장을 가지고 협상장에 나오지 않으면 전략무기 개발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이 10일 자정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고 보도했다./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신형 ICBM이 공개되면서 미국 대선 이후 또 한 번 군사 도발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선거 전까지는 기다리지만 선거 후에 (차기 미국 대통령이)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다면 신형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메시지”라고 진단했다.

동시에 김 위원장이 “우리는 그 누구를 겨냥해서 전쟁 억제력을 키우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고 말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일정을 고려해 발언 수위를 낮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5년 전 김 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에서 한 말과 비교할 때 약해진 발언 강도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는 2015년 “우리의 혁명적 무장력은 미제(미국)가 원하는 그 어떤 형태의 전쟁에도 다 상대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미국이라는 구체적인 언급이 빠진데다 위협의 강도 역시 줄어든 셈이다.



김 위원장이 선택한 표현에도 ‘수위 조절’의 흔적이 나타난다. 주영국 북한공사 출신의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김 위원장의 연설을 두고 “‘핵보유국’이라고 하는 단어보다 ‘전쟁 억제력’을, ‘미제국주의’라는 직접적인 표현보다 ‘침략 세력’이라는 간접적인 용어로 순화시켰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김 위원장이 대미 메시지를 관리한 배경을 두고 신 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됐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ICBM 발사라는 트럼프의 레드라인(red line·정책 전환의 기준선)을 넘지 않는 상태에서 핵 역량을 과시했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행동은 뒤로 미뤘지만 역량은 보여준 계획된 행보”라고 풀이했다.

1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TV에 지난 10일 평양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김 위원장이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에게 (코로나19) 보건위기가 극복되고 굳건하게 손 맞잡기를 기원한다”며 유화적인 입장을 보인 것도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앞서 김 위원장은 공무원 피격 사건이 일어나 남한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하자 이틀 만에 청와대에 통지문을 보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날 연설문에서 “사랑하는” 등의 표현을 쓴 것도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를 유지해 차후 북미대화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의도가 깔렸다는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을 끌고 나가야 대선 이후의 미국과 협상을 하는 데 유리하다”며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얘기하는 데 공조하고 여론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감성적 메시지를 던졌다”고 해석했다. /김인엽·김정욱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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