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수출 기업들이 환율 하락을 버텨낼 힘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코로나19의 2차 확산세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이 방역 수준을 최고 경계 단계로 격상시키고 있다. 미국 역시 코로나19 확산에다 대선 결과와 경기부양책을 둘러싸고 시장의 불확실성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가 11일 발표한 ‘글로벌 경기회복 추적지수’를 보면 올 2월 1.8에서 6월 -21.4까지 떨어졌다가 8월에 -16으로 다소 올라갔지만 아직도 바닥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신흥시장은 8월 -32.6으로 경기가 단시일 내 회복되기 쉽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수출 기업으로서는 어두운 시장 환경에서 환율까지 발목을 잡을 경우 일본 및 신흥국 등과 경쟁할 힘을 아예 잃게 된다. 여기에 ‘기업규제 3법’까지 닥치면서 기업들은 말 그대로 내우외환의 형국이다. 코로나19에도 3·4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은 곳이 늘었다고 하지만 기업들의 체력이 떨어지는 상황이 이어지면 지속 가능함을 보장할 수 없다.
정부는 환율 급락으로 기업들이 주저앉지 않도록 어느 때보다 정교한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 작업에 나서야 한다. 수출 시장 다변화와 함께 수출 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기술개발 지원 등 종합적인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법인세수는 전년 동기보다 14조6,000억원이나 줄었다. 이런 터에 수출 기업마저 절벽에 몰리면 나라 경제 전체가 지탱할 공간이 사라지고 국민 부담만 커진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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