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에서 열릴 차례인 한중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일본 측이 강제징용 판결 문제를 들어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불참 가능성을 한국 측에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일 갈등 속에 수출 규제에 이어 올해 우리나라가 개최하려는 한중일 정상회담 참석 여부까지 협상 카드로 꺼낸 것이다.
교도통신은 지난 12일 일본 정부가 지난달 하순께 강제동원 배상 소송의 피고인 일본 기업 자산 매각 문제와 관련해 한국 측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으면 스가 총리의 방한은 있을 수 없다는 견해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한국 법원이 압류한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이 현금화되지 않는다는 보증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말 일본 외무성 간부도 기자단에 한국 정부가 피고인 일본 기업 자산을 매각하지 않는다고 약속해야 총리가 한국을 방문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중일 정상회담은 3개국이 돌아가며 개최하고 있다. 직전 3개국 정상회담은 지난해 12월 중국 청두에서 열렸고, 한국 정부는 이번 한중일 정상회담을 연내 서울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양보를 스가 총리 방한 조건으로 제시하면서 이 계획은 무산될 가능성이 생겼다. 우리 정부는 그간 사법부의 판단에 행정부가 개입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정례적으로 개최돼온 한중일 정상회담 참석에 조건을 건 것에 대해서는 일본 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웅 외교부 부대변인은 13일 서울 외교부청사에서 가진 정례브리핑에서 스가 총리 방한 불가 관련 일본 보도에 대한 질문에 “정부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의 연내 개최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와 관련해 유관국들과 협의 중”이라며 “다만 구체적인 협의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 드릴 수 없음을 양해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일본정부가 자국의 입장을 표명한 것에 대해서는 굳이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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