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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노동개혁이 필요한 이유

<박영범 한성대 교수·경제학>

'쉬운 해고'란 잘못된 프레임 갇혀

저성과자 묵인·기형적 임금제 방치

공장시대 노동법, 비정규직만 양산

'위드 코로나'에 걸맞은 노동개혁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해내는 밑거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공정경제 3법’ 통과와 함께 노동개혁 입법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세금에 의해 만들어지는 노인 일자리에 대한 의존이 더욱 심화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가져온 근무형태의 다양화 등을 고려할 때 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동개혁 입법은 오히려 공정경제 3법보다 더 시급하다.

우리나라 노동관계법은 지난 1996년에 대폭 바뀐 후 고용형태의 다양화, 4차 산업혁명 등 새로운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채 굴뚝 공장 시대의 법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60년 이상이 된 과거 노동관계법의 틀 속에서 전격적으로 도입된 주 52시간 제도는 부작용이 우려돼 여러 번의 유예조치를 거쳐 시행되고 있고 도입된 지 몇 달이 안 된 후에도 법 개정 필요성이 제기돼 탄력근무제 확대 등이 논의됐으나 무산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시행된 정년 연장도 호봉제 기반의 임금체계 개편 없이 도입돼 임금피크제로 청년 고용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하려 했으나 현장에서의 노사갈등이 아직 현재진행형이고 노조에 의해 보호되는 대기업, 공공부문 종사자가 주로 혜택을 봤다.

또 노무현 정부에서 도입된 비정규직 3법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정규직과의 처우 격차도 그대로다.



노동개혁은 쉬운 해고라는 프레임으로 노동계가 반대하고 있지만 저성과자가 그대로 묵인되는 노동 관행이 계속된다면 우리 경제의 경쟁력은 크게 저하될 것이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틀 안에서 저성과자가 역량을 배양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

호봉제 기반의 복잡한 기형적 임금체계도 개편돼야 한다. 연공급은 40~50대가 주된 일자리에서 조기에 밀려나는 주요 원인의 하나다. 통상임금의 범위와 관련한 노사갈등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정부에 들어서 박근혜 정부 때 추진한 성과연봉제가 폐기되고 직무급제 도입이 추진됐지만 이 역시 지지부진하다. 노동계는 객관적인 평가의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유로 성과연봉제·직무급 모두를 반대하고 있지만 도입 후 시행하면서 구성원이 수용 가능한 평가의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순서다. 연공급 임금체계의 원조인 도요타 자동차가 노사합의로 연공급을 폐기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동개혁 입법의 당위성은 코로나19로 더욱 명확해졌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내외 전자상거래업체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때 ‘일자리 킬러’라 불렸던 미국의 아마존은 3월과 4월에만 20만명 가까운 인력을 채용했지만 한국판 아마존을 꿈꾸는 우리나라 쿠팡의 고용창출 실적은 기대 이하이고 추가 고용도 단기 아르바이트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 일단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해고가 어렵고 계약직도 2년이 지나면 정규직 전환이 의무화돼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가 일상화하고 시간선택제 등 유연근무제가 늘고 있는데 관련 법 제도는 미비하다. 재택근무를 시행 중인 기업 상당수는 코로나19가 종식돼도 재택근무를 유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가 재택근무 매뉴얼까지 만들어서 보급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기존의 큰 틀이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플랫폼 노동 확산으로 많은 근로자가 법 테두리 밖에 그대로 방치돼 있다. 정부는 전 국민 고용보험제를 추진하고 있으나 재원 등 극복해야 할 난관이 많다.

노사정·여야가 힘을 합쳐 1970~1980년대에 적합한 공장 시대 노동법을 위드(with) 코로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개편해야 좋은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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