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로여는 수요일] 모루에는 별이 뜨고 말에는 꽃이 핀다

김경숙

입술은 모루가 아닐까

들끓는 생각들을 꺼내

두드리고 자르고 담금질하다 보면

모났던 말들이 불꽃처럼 튕겨 나와

파리하게 식어가는

입술은 상처투성이 모루 같다

쇳덩이는 잘 벼려진 연장이 되기 위해 가지고 있던 별을 모두 버리고 평생을 닳아가는 일로 명기가 되어가듯, 파란별이 다 빠져나간 말들이 명언으로 완성되어가듯, 별은 쇳덩이 속에서 뜨고 입술에서 파랗게 진다

밤마다



자루가 빠지거나 무뎌진

말 몇 벌 다듬어 놓고

입술을 핥으면

푸시시 쇠 맛이 난다





입방아 찧는 오래된 방앗간은 지나가 봤어도 입술모루는 처음 보는 물건이다. 저렇게 부드러운 살덩이가 모루가 될 수 있을까. 처음 보지만 금방 용도를 알 수 있는 ‘신상(품)’처럼 이내 수긍이 간다. 쇳덩이를 오래 달구고 두드릴수록 좋은 연장이 나오듯, 들끓는 생각을 오래 담금질하고 단조해야 좋은 말이 나올 것이다. 옛말에 ‘곰은 쓸개 때문에 죽고 사람은 혀 때문에 죽는다’ 했다. 곰은 쓸개 때문에 살고, 사람은 혀 때문에 살아야 할 것이다. 경솔한 입방아는 사람 상하게 하는 비수가 되지만, 신중한 입술모루는 자신과 남을 살리는 명약이 될 것이다. 칼을 꺼낼 것인가, 꽃을 꺼낼 것인가. 입술모루 안에 담긴 오늘치 들끓는 생각들! <시인 반칠환>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