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에게 피격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의 아들에게 쓴 문재인 대통령의 답장이 유족에 의해 14일 공개됐다. 문 대통령은 답장을 통해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지만, 야당에서는 친필로 작성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아 ‘면피용’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청와대와 여권 지지층 등 일각에서는 “타이핑이 왜 논란의 소지가 돼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요구가 과하다”는 여론도 만만찮다.
국민의힘은 “최소한 친필로 유가족에게 진심을 담았어야 했다”면서 “타이핑된 답장은 무미건조한 형식과 의례 그 이상도 아닌 면피용”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북한에는 성심과 성의를 다해 종전선언을 속삭이면서도, 정작 애가 타들어 가는 우리 국민에게는 희망 고문만 되풀이하는 대통령에 유가족과 국민은 자괴감만 커진다”고 말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도 “답장이 컴퓨터로 타이핑한 글이라니 내 눈을 의심했다”면서 “유가족을 대놓고 무시해도 되는가”라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이어 “(문 대통령이) 아직까지 유가족을 찾아가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내일이라도 당장 찾아가 진심으로 애도하고 북한의 만행에 대해 진상을 밝히겠다고 말하는 것이 옳다”라고 지적했다.
전날 답장을 받은 유족도 “그동안 수차례 밝힌 내용뿐”이라며 “허탈한 마음만 들었다”고 실망감을 내비쳤다. A씨의 형 이씨는 전날 문 대통령의 답장이 왔다고 밝히며 “(A씨의) 아들이 절규하는 마음으로 쓴 편지의 답장이라곤 생각하기 어려웠다. (동생의 죽음이) 무시당한 기분이 들었다”고 심경을 토로한 바 있다.
반면 여권 지지층에서는 문 대통령의 답장에 실망감을 드러낸 유족과 야당의 반응 과하다며 비판이 이어졌다.
이날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100만 당원 모임’ 그룹에는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국기를 배반하고 월북한 자가 영웅이냐”라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대한민국 역대 어느 대통령이 일반인에게 위무하는 편지를 보낸 적이 있느냐”면서 “업무가 바쁜 대통령께서 회의 석상에서 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편지까지 보냈으면 고마운 줄 알아라”라고 적었다. 또 다른 게시자는 “국민의힘 의원 및 정치인 여러분, 앞으로 모든 메시지를 친필로 꾹꾹 눌러써서 보내시라”면서 “가끔 날라오는 문자부터 앞으로는 친필로 써서 우편으로 보내라”라고 야당을 비판했다.
친문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가족을 잃은 심정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 선을 한참 넘었다”, “배후가 의심된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큰 공로라도 세운 줄 알겠다”는 등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
청와대도 문 대통령의 답장이 친필이 아닌 타이핑이 된 서한이라는 지적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강민석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야당과 일부 언론이 문 대통령이 피격 공무원 아들에게 보낸 답장 편지가 타이핑이라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면서 “타이핑이 왜 논란의 소재인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서한은 먼저 육필로 쓴 뒤 비서진이 받아서 타이핑을 하고 전자서명을 하는 과정을 거친다”면서 “정상 친서뿐만 아니라 여러분에게 브리핑해 드렸던 빌 게이츠 회장이나 그룹 U2의 보노가 보낸 편지, 프란치스코 교황의 구두메시지가 담긴 서한 역시 타이핑이었다”고 설명했다.
편지는 내용이 중요하지 글씨가 중요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편지는 봉투나 글씨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문 대통령은 진심으로 위로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도 했다. 어린 고등학생에게 마음을 담아 답장하셨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조교환기자 chang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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