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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시론] 백신, 치료제 그리고 바이오 역량

<채수찬 카이스트 교수·경제학>

연내 코로나 치료제·내년 백신 등

정부 임기내 신약개발 강조하지만

생명과학 등 기반역량 향상엔 소홀

공동연구 통해 산업 발전 도모를

채수찬 카이스트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하루빨리 진정되려면 효과가 좋은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와야 한다. 백신은 몸 안에 바이러스를 붙잡을 항체가 형성되도록 유도하는 항원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백신 후보 50개 정도가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 중이고, 100개 정도가 임상시험 전단계로 세포실험이나 동물실험 중이다.

백신은 항원의 종류에 따라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유전자백신으로 RNA백신과 DNA백신이 있다. 아직 사람에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된 것은 없다. RNA백신은 바이오테크 회사인 모더나 등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DNA백신은 안전하지만 성공확률이 낮다. 내년까지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국내 바이오테크 회사인 제넥신과 진원생명과학이 개발하고 있는 백신이 여기에 속한다. 둘째는 다른 바이러스에 코로나 유전자를 실어 항원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존슨앤드존슨·아스트라제네카·머크·노바티스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런 방법으로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셋째는 단백질백신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RNA와 이를 둘러싼 단백질로 이뤄져 있는데 이 단백질을 사람의 면역체계가 공격하도록 길들이는 백신이다. 글로벌 제약사인 사노피와 GSK가 공동 개발하고 있는 백신과 국내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백신이 여기에 해당한다. 넷째는 약화됐거나 죽은 바이러스를 항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 방식으로 중국에서 상당한 진전이 이뤄졌다고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코로나19를 완벽히 막을 수 있는 백신 개발은 힘들지 모른다. 그러나 환자에 따라 부분적으로 효과가 있는 백신은 몇 개 나올 것이다.

치료제는 꿩 잡는 게 매인지라 다양한 접근법들이 가능하다. 첫째는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것이다. 렘데시비르가 여기에 해당한다.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사망률을 낮추거나 빨리 낫도록 하는 데는 효과가 없고 초기 환자에게만 약간의 효과가 있다.



둘째는 면역 시스템을 보강하는 접근법들이다. 환자의 혈장을 사용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그런데 환자의 혈장에는 많은 항체가 들어 있어 어느 항체가 작용하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단일항체로 치료제를 개발하는 게 의미 있다. 바이오테크 회사인 리제네론과 글로벌 제약사인 일라이릴리 등이 단일항체 치료제를 임상시험 중인데 최근 임상시험 일시중지 등 애로를 겪고 있다. 또 면역에 중요한 단백질인 인터페론을 활성화하는 접근도 있다.

셋째는 면역 시스템의 과민한 반응을 억제하는 치료제들도 개발되고 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치료법들이 시도되고 있다.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하는 신약 산업에서 한국은 선진국 대열에 들지 못하고 있다. 역대 정부는 이 산업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마음만 조급해 임기 내 블록버스터 몇 개를 만들겠다는 식의 정책을 남발했다. 현 정부가 연내 치료제를 만들어내고 내년까지 백신을 만들어내겠다는 것도 이런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갈 길이 멀지만 우선 바이오 역량 강화에 투자해야 한다. 기반이 되는 생명과학과 임상 적용을 목표로 하는 이전(translational) 연구 양쪽 모두 역량을 키워야 한다. KAIST도 정보통신기술(ICT) 중심에서 탈피해 바이오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들은 하지만 실제 방향전환은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일례로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필수적인 생물안전등급3인 실험실이 없어 올해 코로나19 추경에서 겨우 예산을 확보했다.

한국은 바이오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투자재원도 이전연구 역량도 약하다. 신약 산업에 앞선 유럽 등과 공동 연구를 통해 부지런히 쫓아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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