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공무사(至公無私). 우리나라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는 공직자에게는 청렴이 우선이라고 강조하셨다. 공정과 정의를 강조하는 오늘날, 공직자라면 누구나 마음에 새겨야 할 말이다. 원자력안전과 정보통신기술(ICT) 진흥 관련 기관 국감을 치르면서 제21대 국회 첫 국정감사도 반환점을 돌았다. 그 어느 곳보다 전문성과 공정성이 필요한 공공기관임에도 뚜껑을 열어보니 가슴 한편이 답답했다. 낙하산에, 친정부 시민단체 인사들이 한 자리씩 차지함은 물론 ‘정치적 편향, 도덕성 결여, 기강 해이’라는 정부기관과 기관장의 민낯이 드러났다.
공공기관의 부도덕성은 단연 눈에 띄었다. 옵티머스·라임자산운용 펀드 사기 사건이라는 권력형 게이트 의혹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불거졌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펀드 사기 혐의를 받는 옵티머스에 1,000억원이 넘는 기금을 투자했고 더욱 가관인 것은 징계를 받은 투자 책임자들에게 수천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한 것이 필자가 입수한 감사보고서에서 드러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과학기술에 대한 전문지식 없는 ‘코드인사’로 예산이 줄줄 새고 있었다. 6년간 42억원을 들여 독자 개발한 우라늄 정제공정 기술은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취소소송 변호사였던 민변 출신의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의 반대로 기술 허가 승인이 나지 않고 있었다.
국익보다 ‘탈원전’이 먼저인 위원의 행태를 질타했다. 필자의 지적에 민주당 과방위원장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투입해 만든 기술이 정치적 목적에 의해 지체되는 것은 문제라는 데 동의했다. 성과급을 타려고 허위 실적평가를 제출한 원자력기관 이사장, 출근하자마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여권 인사 옹호 글을 올린 대선 캠프 출신 ICT진흥기관 원장의 행태는 과연 국민 세금으로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 저렇게 뻔뻔할 수 있을까 하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개인 일탈 문제는 더욱 심각했다.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원안위원의 특정 정당 지지 선언부터 근무시간에 로스쿨을 다니며 변호사가 된 것도 모자라 각종 행사에 참여하며 부수입까지 챙긴 연구원까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관들이 제출한 자료 분석을 통해 나오는 이야기들은 씁쓸함을 남길 뿐이었다. 국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직자의 기본소양은 어디로 간 것인가. 과연 국민을 우롱하는 공정성 제로의 공직자들에게 나라 살림을 맡겨도 되는 것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환경의 제약,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한 거대여당의 독선으로 불발된 증인 채택 등 이번 국정감사에서 정부에 만족스러운 답변을 이끌어내지 못한 점은 못내 아쉽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르랴. 과학계를 대변하는 과방위 위원으로 첫 국감을 치르면서 일관된 목소리로 과학기술의 전문성이 정치적 목적보다 우선돼야 함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필자는 작게나마 소임을 다했다고 자부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