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액이 1조 6,000억원에 달하는 ‘라임자산운용(라임) 사건’을 수사 중인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22일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8월 11일 부임한 지 약 두 달 만이다.
박 지검장은 이날 오전 검찰 내부 통신망에 ‘라임 사태에 대한 입장’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며 이 같은 뜻을 밝혔다. 박 지검장은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장으로서 검찰이 잘못 비추어지고 있는 것에 대하여 더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며칠 동안 고민하고 숙고해서 글을 올린다”고 사의의 이유를 밝혔다.
박 지검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1조 5,000억 상당의 피해를 준 라임사태와 관련하여 김00(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1,000억원대의 횡령·사기등 범행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는 것이 그 본질”이라며 “로비사건은 그 과정의 일부일 뿐인데 김 전 회장의 2차례에 걸친 입장문 발표로 라임 수사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가중되었다”고 말했다.
앞서 김 전 회장은 지난 16일과 21일 두 차례에 걸쳐 입장문을 발표해 ‘검찰의 라임 수사가 여당 정치인을 겨냥해 짜맞추기 식으로 이뤄졌고 야당 정치인 변호사 비리는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세 명의 검사에게 1,000만원 상당의 술접대를 했고 그 중 한 명이 라임 수사팀으로 합류했다’는 주장을 했다.
이에 대해 박 지검장은 “검사 비리(술접대)는 이번 김봉현의 입장문 발표를 통해 처음 알았기 때문에 대검에 보고자체가 없었고 야당 정치인 비리 수사 부분은 5월 경 전임 남부지검장이 격주마다 열리는 정기면담에서 보고서를 작성해 총장에게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이후 수사가 상당히 진척됐으며, 8월 31일 그간의 수사 상황을 신임 반부패부장 등 대검에 보고했다”며 “저를 비롯한 전·현직 수사팀도 당연히 수사해왔고 그렇게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지검장은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라임 사건 및 윤석열 검찰총장 가족 관련 사건 수사에 발동한 수사지휘권에 대한 반론도 폈다. 그는 “검찰총장 지휘배제의 주요 의혹들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며 “검찰총장 가족 등 관련 사건은 수사에 대해 검찰총장이 스스로 회피해 왔다는 접에서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 지검장은 “정치권과 언론이 각자의 유불리에 따라 비판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남부지검 라임수사팀이 어떤 수사결과를 내놓더라도 그 공정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번에는 제발 믿어 달라”고 호소했다.
/김태영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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