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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김민재 "주변에서 '썸 타고 싶다'고 하시던데요"

배우 김민재. / 사진제공=냠냠 엔터테인먼트




“너무 소중하고 행복했던 작품이라 조금 아쉽네요. 이제야 조금씩 실감나요.”

올해 초 SBS ‘낭만닥터 김사부2’와 지난 20일 종영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이하 ‘브람스’) 로 한 단계 성장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김민재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두 작품을 연이어 하면서 내 일을 더 사랑하게 된 것 같다. 내년을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용기와 자신감을 얻은 한 해여서 감사하다”며 가슴 벅찬 감회를 밝혔다.

그가 피아니스트 박준영으로 출연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스물아홉인 클래식 음악 학도들이 재능과 현실의 경계에서 방황하다 각자의 꿈과 사랑,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려 호평을 이끌어냈다. 매회 그와 ‘브람스’를 향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김민재는 인기를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중학교 시절 선생님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봤다고 연락 주셨어요. 친형도 사실 제 드라마를 잘 안 보거나 보다 마는데 ‘이 드라마는 끝까지 보게 된다’고, ‘잔잔하고 설렌다’고 얘기해줬어요. 주변 사람들이 ‘썸을 타고 싶다’고 그러더라고요. 제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닌데(웃음).”

박준영을 연기하기 위해 김민재가 가장 먼저 신경 쓴 부분은 단연 피아노였다. 원래 피아노를 칠 줄은 알았지만 클래식 피아노는 처음이었다. 콩쿠르에서 우승한 유명 피아니스트의 실력을 연기해야 했고, 초반에 비해 시간이 흐를수록 피아노를 연습할 시간이 부족했다. 특히 준영을 대표하는 곡 ‘트로이메라이’를 연주하기 정말 어려웠다.

“트로이메라이가 가장 첫 번째로 연습했던 곡, 가장 오래 연습했던 곡인데 가장 어려웠어요. (준영이의) 감정을 담아내야 하는 중요한 곡이다 보니 그랬던 것 같아요. 그의 모션과 표정, 몸짓을 어느 정도 보여드려야 할지 고민했었어요. 선생님께도 레슨을 많이 받았고, 많은 영상 자료를 찾아보며 종합해내서 ‘박준영’을 만들어냈었던 것 같아요.”

/ 사진제공=냠냠 엔터테인먼트


준영에게 클래식 피아노만큼이나 어려웠던 건 채송아(박은빈 분)와의 로맨스였다. 이정경(박지현 분)과 한현호(김성철 분)를 잃은 그에게는 송아 밖에 없었고, 그에 대한 사랑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사랑하는 마음과 다르게 그가 보여주는 지나친 배려는 갈수록 송아를 힘들게 했다.

“상대를 배려한답시고 속 얘기를 잘 안 하는 것은 배려가 아니더군요. 또 ‘사랑’의 힘, ‘사람’의 힘이 굉장히 크구나, ‘어떤 한 사람이 인생을 바꿀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준영이한테는 송아가 그런 사람이었어요. 모든 순간 모든 관계들이 다 힘든데 ‘송아가 준영이에겐 행복이었으니까 그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송아를 연기한 은빈 씨와도 호흡이 좋았어요. 제가 많이 의지했고 굳이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연기적인 합이 너무 좋았는데, 제 입장에서는 서로 연기를 주고받는 느낌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후반부로 갈수록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을 텐데 단단했고 든든한 느낌을 가진 사람이었어요. 덕분에 재미있게 잘 찍었어요.”



송아와의 꽁냥꽁냥한 장면을 더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는 김민재는 예상 외로 어머니(김정영 분)와의 감정 신을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꼽았다. 실제로 그가 지금까지 기억하는 대사 중 하나도 ‘엄마, 이혼하세요.’였다.

“어머니에게 슬픈 감정, 쌓였던 감정을 풀어내는 장면을 처음에는 ‘슬퍼야 한다. 눈물이 난다’고 생각했었는데 제 오산이었어요.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다 ‘그동안의 감정들을 진심으로 얘기만 하자’는 결론에 도달했죠. 진심으로 집중해서 이야기하다 보니 감정이 올라왔고, 제 솔직한 진심을 전달할 수 있어 정말 좋았어요. 그 장면들은 지금도 좋아해요.”

김민재는 자신이 박준영만큼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아니라고 말했다. “원래 재능을 타고나서 배우 일을 시작한 게 아니다. 이 일을 하기 위해서 계속 연기를 공부하고, 열심히 노력하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극복해 나아가려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그래서 준영보다 송아의 감정에 이입되기도 했다고.

“송아가 표현해내는 것들에 정말 많은 공감이 갔어요. 송아는 짝사랑을 바이올린에 하잖아요? 정말 하고 싶지만 잘 되지 않는 것들. 저도 그런 순간들이 있어요. 예를 들면, 촬영에서 어떤 장면을 이렇게 만들고 싶어 노력했는데 막상 생각대로 안 되면 좌절감과 자괴감으로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그 신을 잘 보내줘야 하는 마음들, 그런 것들이 있었어요.”

/ 사진제공=냠냠 엔터테인먼트


실제 김민재는 랩, 춤, 연기까지 여러 재능을 갖춘 사람이다. 지난 5년 간은 배우로서의 재능이 돋보였지만, ‘리얼비’란 이름으로 ‘쇼미더머니4’에도 출연할 만큼 음악에 대한 열정이 뛰어난 아이돌 연습생이었다.

“19살 에 우연히 단역을 하게 됐는데 그 안에서 배우 분들이 연기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 보이는 거예요. 다른 사람이 되어서 감정을 표현하고, 그 사람으로 몇 개월 동안 살고. 그 당시에는 엄청 매력적으로 느꼈었던 것 같아요.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너무 하고 싶다.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때부터 (연기를) 계속하다보니 지금까지 하게 된 것 같아요.”

매 작품을 할 때마다 매 순간마다 연기에 대한 고민뿐이라는 김민재. 배우로 데뷔 5년 차인 그는 지난 시간을 ‘자양분이 돼준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이번 작품을 통해 “이 일을 좋아하게 된 것, 더 많이 사랑하게 된 것이 내겐 성장”이라고, 박준영처럼 자신도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을 했다고 느꼈다. 앞으로는 ‘크레센도(점점 크게)’처럼 잘 나아가고 싶다고.

“연습생 때 정말 많이 연습하고 연구했기에 지금 여러 가지 많은 것들을 보여드릴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게는 좋은 시간들, 밑받침이 되는 시간들이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잘 하고 싶어서 열심히 달려왔고, 더 열심히 달려가고 싶고, 아직 열심히 달려가는 중이에요. 저에게는 아직도 많이 연습하고 있는 시간인 것 같아 내년이 더욱 기대돼요.”

/안정은기자 seyo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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